 |
| Dr. Jean-Paul Rodrigue |
글로벌 해상 운송 시장에서 빈 항해(blank sailing)가 다시금 빠르게 늘고 있다. 선복량이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해운사들이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예정 항차를 취소하는 전략을 강화한 것이다. 주요 물류 자문사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해운 노선 곳곳에서 취소된 항해가 누적되며 스케줄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물류 분석기관 Wiima는 해운사들이 초과 선복을 관리하기 위해 광범위한 빈 항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북유럽 주요 노선에서는 빈 항해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며 연휴 이후 일정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는 단일 노선의 변수가 아니라 해운사들이 전반적인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종 트래커와 업계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Tradlinx는 빈 항해가 단발적인 취소가 아니라 구조적 공급 조정 전략으로 굳어졌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일부 항차는 전부 취소되며 화주가 확보한 선복을 다시 배정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Drewry의 ‘Cancelled Sailings Tracker’ 역시 향후 수 주 동안 전체 예정 항차 중 상당 비율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하며,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과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취소 항차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생활물류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박 일정이 취소되면 하역과 환적 일정이 연쇄적으로 변경되고, 해외에서 출발하는 소비재의 도착 시점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해외직구 소비자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기다리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도착 예정일 변동, 배송 지연 안내,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경 등을 체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운임 역시 공급 축소 전략의 영향을 받으며 쉽게 낮아지지 않아 수입 단가나 배송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빈 항해 증가가 단기간 안정될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선복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해운사들의 공급 조절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주요 항로의 스케줄 불안정성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수입업체와 소비자 모두 일정 변동성에 대비한 구매·입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