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45주차(11월 2~8일)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 내원 1000명당 50.7명으로 확인됐다. 전주 대비 122%나 증가한 수치로, 겨울철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독감 의심 환자가 4.0명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약 12배에 달하는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가 흐름을 “겨울철 독감 유행이 평년보다 이르게 도달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분석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11월부터 실내 활동이 늘고 환기가 줄면서 바이러스 전파가 쉬워지는 데다, 여름·가을 내내 미세한 증가 추세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와 직장을 중심으로 집단 발열 환자 신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의료기관에서도 인후통, 근육통,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고위험군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생후 6개월부터 13세 사이의 소아, 그리고 임신부는 독감 감염 시 폐렴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 약해, 일반적인 독감이라도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이 고위험군 접종의 사실상 마지막 적기”라며 “유행이 본격화되면 병원 방문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독감 유행이 재확산되면서 학교와 교육기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단체생활을 하는 아동·청소년은 실내 접촉 빈도가 높아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학원·학교에서는 증상 학생이 발생할 경우 즉시 가정으로 귀가시키고 교실 내 환기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요구된다. 일부 교육청은 독감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에게 진단서 없이도 등교 중지를 권고하는 지침을 다시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 외에도 생활 속 예방 행동을 강조했다. 손 씻기, 기침 예절, 사람 밀집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증상 발생 시 신속한 진료 등 기본적인 생활 방역이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만큼 개인 행동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위험군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겨울철 모임이나 다중 이용시설 방문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수치만 보면 독감 유행은 이미 가파른 증가 국면에 진입해 있으며, 당분간 더 높은 수준의 환자 증가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1~2주가 유행의 기울기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라며 “백신 접종과 기본 방역 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집단 유행 억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