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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ikipedia |
북극 해빙 속도가 빨라지고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서, 전통적인 아시아–유럽 해상 루트의 대안으로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NSR)가 다시 국제 물류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에 비해 거리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미래 항로 후보로 꾸준히 주목돼 왔다. 실제로 2025년 들어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NSR을 통과하는 선박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컨테이너선 운항도 확인되고 있다. 이는 해빙 기간이 길어지면서 계절적 운항 가능성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가 북극항로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류시간 단축 효과다. 일부 분석에서는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기존 4~8주가량 소요되던 항로가 NSR 이용 시 18~25일 수준으로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유럽 항로를 NSR로 우회하는 신규 노선 시도가 등장했다는 보도도 이어지며, 대형 해운사와 국가 차원의 전략 검토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업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얼음 상태가 계절마다 크게 변하고, 항만 인프라·도킹 시설·구조지원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안정적인 정기운항에는 제약이 따른다. 보험료 상승과 기상 리스크, 러시아 영해 통과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SG 관점에서 북극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선사는 북극항로 운항을 검토했지만 기후·안전·정치적 리스크를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린 사례도 있다.
러시아는 북극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며 얼음파쇄선 확충과 연안 항만 정비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5년 초 푸틴 대통령이 북극 지역의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경제적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향후 북극항로 기반 국제 협력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에게 북극항로는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배송시간, 제품 가격, 국가별 물류 전략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아시아–유럽 간 물류비가 줄어들면 전자제품이나 제조업 완제품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항로 리스크가 커지면 비용 상승과 지연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상업적 활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한때 ‘미래형 항로’로만 여겨졌던 북극항로가 글로벌 해운업계의 중요한 전략적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