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극지방 빙상이 기존 과학계의 추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우주국(ESA)의 CryoSat-2 위성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ICESat-2 고도 측정 데이터를 결합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발표에서 2020년 이후 그린란드와 남극 주변의 빙상 높이가 연평균 감소 속도 면에서 과거 관측 대비 약 다섯 배 이상 빨라졌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Nature Geoscience 2025년 11월판을 통해 공개되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가장 급격한 변화는 빙상 하부, 즉 바다와 맞닿는 ‘그라운딩 존(grounding zone)’에서 발생했다. 따뜻해진 심층 해류가 빙하 밑으로 빠르게 침투해 내부에서부터 녹여내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빙상이 하부 지지력을 잃고 전체 구조가 약해지는 과정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표면 녹음(surface melt)이 아니라 구조적 붕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분석은 해수면 상승 전망에도 큰 영향을 준다. IPCC가 제시했던 기존 중장기 예측 모델은 대체로 2030년대 중반 이후 상승 속도가 본격적으로 가팔라질 것으로 제시했지만, 이번 연구는 속도 증가 시점이 그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일부 지역에 대해 “이미 복원 가능 범위를 벗어났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기 경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양과학자들은 극지방 빙상 약화가 전 지구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해양 순환 변동, 기후 패턴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특히 남극 서부 빙상은 불안정성이 높은 구조로 알려져 있어 장기적으로 세계 연안 지역의 위험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극지 연구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빙상의 후퇴는 생각보다 더 빠르고 더 깊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관측되는 변화는 향후 수십 년이 아니라 수 년 내 해안 도시의 리스크를 가속할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대응 정책에서 극지방 감시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위성 자료를 활용한 장기 모니터링과 추가 현장 조사가 병행될 경우, 해수면 상승 관리 전략과 연안 대응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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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 NASA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Greenland Ice Loss 2002-2016”, Public Dom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