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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잡으려고 방화까지?" 장롱에 불 지른 30대, 징역 8개월 집유

“정신적 어려움 호소하던 30대, 가족과 함께 사는 집 장롱에 불”…법원 “중대 범죄지만 참작 사유 있어”
사진=유토이미지

“장롱 안에 벌이 들어갔다.”
가족이 자고 있던 새벽, 30대 남성 A씨는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집 안 장롱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불길은 커지기 전에 꺼졌지만, 자칫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희수)는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0)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3일 오전 2시30분쯤 자신이 거주하던 주거지에서 장롱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당시 집에는 가족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장롱 안에 벌이 들어갔다”고 말하며 불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는 집 안 일부에서만 발생한 뒤 비교적 빨리 진화돼, 인명 피해나 큰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A씨 가족은 “그가 평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소년보호사건 송치, 가정보호사건 송치, 벌금형 등 여러 차례 처벌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방화 행위의 무거움을 분명히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방화 범죄는 공공의 안전과 평온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자칫하면 무고한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이 사건 역시 가족이 함께 있는 주거지에서 발생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 단계에서 몇 가지 사정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신속히 진화돼 중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사건 전후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정황이 엿보이는 점 등이 참작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데 정신적 문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대신, 보호관찰을 통해 재범 방지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호관찰 기간 동안 A씨는 정해진 감독과 지도를 받아야 하며, 관계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주거지 방화가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피고인의 정신적 상태와 실제 피해 규모를 함께 고려해 형량을 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족과 이웃이 정신적 이상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지원·신고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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