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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것을 넘어 ‘간을 젊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임주현 연구원팀은 최근 운동 중에 분비되는 근육 호르몬 ‘바이글리칸(Biglycan)’이 지방간을 완화하는 핵심 단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꾸준한 운동이 근육 및 체력 유지뿐 아니라 간 건강 개선에도 과학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노인과 노화된 실험용 쥐의 근육·혈액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바이글리칸의 수치가 젊은 개체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노화한 쥐를 4개월간 규칙적으로 운동시킨 결과, 감소했던 바이글리칸의 양이 다시 증가했으며 근력과 근섬유의 크기도 회복되는 변화를 보였다.
더 나아가 근육에서 분비된 바이글리칸이 혈류를 통해 간으로 이동해 간세포의 노화와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바이글리칸의 활성은 간 내 지방 축적을 차단해 지방간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며 “이는 근·간 연결(axis muscle-liver axis)과 관련된 새로운 대사 조절 경로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 연구원은 “바이글리칸은 근 감소와 지방간 두 가지 노화 현상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표적 인자”라며 “향후 항노화 치료제 개발에도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발견이 현대인의 간 건강 관리 방식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김현주 교수(내분비대사학)는 “간질환의 출발점인 지방간은 단순히 체중 문제를 넘어, 식습관과 운동량의 불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운동이 곧 치료’라는 메시지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꼴로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NAFLD)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금주가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주 3회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에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간 기능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바이글리칸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 습관이 핵심이다.
건강관리청 관계자는 “단기적인 다이어트보다 꾸준한 신체활동이 간의 지방 대사를 개선하고, 항산화 효과를 지속시킨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령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간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설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