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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3일 된 아들 숨졌는데…폭력 방임한 20대 엄마 ‘집행유예’ 논란

동거남의 폭행 방치해 아기 사망,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사진=Unsplash

인천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생후 33일 만에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학대의 주체는 친부였고, 이를 막지 못한 어머니는 ‘방임’ 혐의로 재판에 섰지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김지후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22)씨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아동 관련 기관 5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발생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동거남 B씨는 아들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을 손바닥과 베개로 여러 차례 가격했다. 피해 아동은 다음날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는 생후 불과 33일이었다.

조사 결과 B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A씨에게 반복적으로 낙태를 요구했으며, 임신 중에도 폭행을 일삼았다. 출산 이후에도 가정 내 폭력은 계속됐다.

비극적인 점은 A씨가 폭행을 제지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신고를 미뤘다는 것이다. 아이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B씨의 지명수배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청소년 부모 지원단체 관계자에게 ‘아이가 잘 자고 있다’는 거짓 메시지를 보냈고, 신고까지 45분이 걸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임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A씨 또한 임신 전후로 상습 폭행과 협박을 겪었고, 신고를 통해 동거남의 범행을 알리는 등 일정 부분 피해자적 사정이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판결에 대해 아동인권단체들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과소평가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현실을 고려해야 하지만, 아동 사망 사건에서는 보다 명확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영아 학대 사망’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은 결국 가족 내부인데, 보호자도 두려움 속에 침묵하게 만드는 현실이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아기의 짧은 생을 끊은 잔혹한 폭행과, 이를 막지 못한 어머니의 두려움이 복잡하게 얽힌 이번 사건은 ‘가정 내 폭력’과 ‘아동 방임’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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