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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조제만 한다고? 이제는 시대착오입니다.”

국내 약사·보건학계의 연말 최대 학술 행사인 제10회 대한민국 약사 학술제와 제47회 팜엑스포가 12월 1일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올해 행사는 급속히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 약사 직능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고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약품 정보 분석, 디지털 기반 복약관리,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상담 중심의 약국 모델 등 실무 현장에서 요구되는 변화들이 구체적으로 다뤄지며 약사의 역할 변화를 제도적, 기술적 관점에서 동시에 조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학술제에서는 기술 발전이 약국 운영 방식에 미칠 영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실제로 다양한 세션에서 정보기술 기반 의약서비스의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환자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 맞춤형 복약 지도를 제공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인공지능을 통해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복약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 모바일 기반으로 환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복약관리 플랫폼 등의 실제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약국이 단순 조제 중심의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 건강관리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흐름이 확인되었다.

의약품 공급과 약가 환경 변화 속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특히 상담 약국 모델은 환자의 약물 사용 경험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처방전을 기반으로 약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 질환자, 장기 복약자, 고령층 환자를 대상으로 생활 패턴과 증상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복약 전략을 설계하는 접근이 제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약사가 지역의료 시스템 내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더욱 넓어지고 있으며, 의료진 간 협업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또한 행사에서는 약사 직능이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한 논의도 적지 않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의약품 복용 기간이 길어지고 다약제 복용 문제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약사가 수행해야 할 전문적 개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복약 순응도 개선, 부작용 관리, 중복 처방 확인, 생활습관 개선 상담 등 기존 역할을 넘어선 실질적 참여가 요구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 체계와 제도 개선 필요성도 함께 언급되었다.

한편, 전시회 형태로 구성된 팜엑스포에서는 약국 운영에 활용 가능한 최신 디지털 장비와 솔루션, 의약품 정보 시스템, 약국 관리 도구 등 다양한 기술 제품들이 소개되며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약국 운영 방향성도 함께 제시되면서 향후 지역 약국의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올해 학술제가 강조한 핵심 메시지는 약사 직능의 중심이 조제 업무에서 복약 지도, 건강상담, 만성질환 관리 등 보다 종합적인 국민 건강관리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건의료체계 전반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약국과 약사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약사 직능의 확장과 전문성 강화가 단순한 직업적 변화가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올해 학술제가 제시한 논의는 향후 보건의료 정책과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 흐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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