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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은하)가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두고 “자발적 매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최정식 전 경희대 철학과 교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학 강단에서 나온 발언이 형사재판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표현의 자유와 피해자 명예 보호 사이의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검찰은 최 전 교수의 발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강제 동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응한 매춘”이라는 취지로 역사적 평가를 왜곡하고 있지만, 특정 피해자를 지목해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사회 현상 전반에 대한 개인적 견해·평가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인 ‘구체적 사실 적시’가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 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23년 3월 경희대 교양과목 ‘서양철학의 기초’ 강의에서 나왔다. 최 전 교수는 학생들을 상대로 “일본군 따라가서 매춘 행위를 한 사람들”, “끌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오랜 증언을 “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업 녹취록과 학생 진술이 확보되면서, 해당 발언은 강의실 밖에서도 빠르게 확산돼 큰 공분을 샀다.
사건은 시민단체의 고발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최 전 교수의 발언이 위안부 피해자 전체를 향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4년 2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7) 할머니가 손수 작성한 자필 진술서를 제출하며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는 발언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달라”고 강한 처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결론은 이와 달랐다. 검찰은 최 전 교수가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예시로 들며, “어떤 사회 현상이라도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철학적 태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이 옳다고 주장하기보다는, 통념과 다른 해석 가능성을 소개한 것에 가깝다”고 정리하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명예훼손 발언보다는 논쟁적 견해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이 결정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측과 시민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위안부 운동 단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성명을 통해 최 전 교수의 발언을 “역사 왜곡과 2차 가해”로 규정하고, 강단에서의 권위가 덧씌워진 만큼 피해자와 학생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일부 인사들이 위안부 문제를 ‘매춘’으로 축소·왜곡하는 담론을 반복해 온 만큼, 이번 불기소 처분이 유사 발언에 면책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희대 내부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2024년 징계위원회를 열어 최 전 교수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이후 그는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난 상태다. 형사처벌은 피하게 됐지만, 대학이 이미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에 중대한 손상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제재에 나섰던 만큼, 강의실에서의 역사부정 발언이 학문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최근 다른 교수들의 ‘위안부 매춘’ 발언 관련 형사재판 결과와도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연세대 류석춘 전 교수가 강의 중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에서, 법원은 “역사적 평가에 대한 과도하게 거친 표현이지만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불기소 처분 역시 이러한 법리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피해자 단체들은 “법적 잣대와 별개로, 공적 교육 공간에서의 역사 부정 발언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사회적 기준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 전 교수는 법정에는 서지 않게 됐지만, 위안부를 둘러싼 왜곡된 서술이 강단과 공론장에서 반복되는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의 이번 판단이 역사부정 발언에 대한 경고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면죄부로 남을지는 향후 비슷한 사건과 사회적 논의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