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가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와 계절성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확산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WHO는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두 바이러스의 감염 증가 신호가 여러 지역에서 관측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현재의 기술적·행정적 경보 체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WHO는 현 단계에서 경보 조정이 “확정된 결정이 아니라 검토 절차”라며, 국가별 감시 자료와 추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단계적 평가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WHO와 각국 보건당국이 공유한 감시 결과에 따르면, 동아시아·유럽·북미의 일부 지역에서 호흡기 증상 관련 외래 방문률이 지난달 대비 상승했고,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입원 증가가 산발적으로 보고됐다. 이 같은 수치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겨울철 바이러스 활성도가 높아지는 계절적 특성과 이동량 증가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WHO는 추정하고 있다. WHO는 자료 해석 과정에서 각국의 검사 정책 변화, 외래 접근성 차이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의 특징으로 ‘바이러스 동시 순환 가능성’을 지목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플루엔자 유행 주기가 다시 강해지고 있고, 면역 형성 수준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 예측 지표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독감 유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대한 집단 면역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면역 공백이 실제 감염 규모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WHO는 경보 단계 조정 여부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각국의 대비 계획을 사전에 점검하고 의료체계 부담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경보 단계가 실제 상향될 경우, 국가별로 의료 대응 자원 배분, 감염취약시설 보호 조치 강화, 백신 접종 우선순위 조정 등이 권고될 수 있다. 그러나 WHO는 현재로서는 “급격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폭넓은 데이터 확보와 추가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WHO의 평가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계절적 유행 증가가 통계상 뚜렷해지는 시기가 보통 12월에서 2월인 만큼, 현재의 증가 신호만으로 위험성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요양시설과 중증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 조치, 병원 내 호흡기 환자 분리 진료 등은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감염내과 전문가는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지, 혹은 단기적 변동에 불과한지 확인하려면 최소 2~3주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며 “WHO의 단계 검토는 사전 대비 차원의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WHO는 향후 수 주 동안 국가별 감시 지표와 임상 중증도 변화, 변이 바이러스 동향 등을 종합해 월간 기술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만약 특정 지역에서 동시 유행이 본격화될 조짐이 확인될 경우, 의료기관과 공중보건 조직을 대상으로 한 세부 권고 사항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발표 일정은 현시점 기준 확정되지 않았으며(확실치 않음), WHO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후속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겨울철의 감염 상황은 아직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WHO가 경보 단계 조정 가능성을 사전에 언급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겨울철 감염병 대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역 전문가들은 변화된 생활 방식과 의료체계 부담 요인을 함께 고려해, 단순한 확진자 수 증감보다 중증화·사망 위험군 보호에 초점을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