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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시장, ‘수요 피크’ 지나 완만한 둔화 국면 진입

공급 확장 속도가 수요 회복세를 앞지르며 해운·육상·항공 전반에서 과잉 용량 우려 확산
출처: Logistics Management Institute (LMI), Transportation Capacity Index, June 2025 Report
세계 물류시장은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수요 폭발기’를 마치고 점차 안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안정이라기보다 ‘둔화’에 가깝다. 운송과 물류 용량이 이미 수요를 초과하면서 시장 전반에 과잉 공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물류기업 UPS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글로벌 물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운송·물류 수요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반면 용량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물동량이 정상화되면서 수요가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확장된 운송 네트워크와 설비가 시장 내 과잉 공급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핀란드 물류기업 위마(WIIMA) 역시 「Navigating the Post-Peak Landscape in H2 2025」 보고서에서 “글로벌 물류시장은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수요가 한계점(peak)에 도달한 뒤 완만한 조정(post-peak)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운 부문에서 선박 발주와 컨테이너 용량 확대가 지속되며 공급이 수요를 앞서고 있고, 이에 따라 해상 운임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는 과잉 공급 우려가 뚜렷하다. 세계 주요 선사들의 신규 선박 인도량이 사상 최대 수준에 달하면서 컨테이너선 운항량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박 발주가 향후 몇 년간 해운 운임 하락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Maersk) CEO 또한 “운임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육상 물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J.B.헌트, 페덱스(FedEx), UPS 등 주요 운송기업들의 실적은 2025년 들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물 수요 둔화로 트럭 운송업체들이 운행률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신규 트럭과 창고 용량이 늘어난 반면 화물량이 감소하면서 공차율(empty mileage)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화물 시장 역시 공급 과잉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객기 운항 재개로 벨리(belly) 화물 공간이 급증하고, 여기에 전용 화물기 투입까지 늘어나며 운항 용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항공화물 공급용량이 전년 대비 4% 이상 증가했으나 실제 수요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물류 업계 전반에서는 이제 ‘수요 성장’보다 ‘용량 관리’가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운임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저하와 설비 과잉이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적인 물동량 변동에 대응하기보다 효율성 중심의 운영과 적정 용량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화주(Shipper) 입장에서는 운임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공급이 늘면서 운송비 협상력이 높아지고 계약 단가를 낮출 여지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 인프라 투자 회수 지연과 운송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글로벌 물류시장은 팬데믹 이후의 급성장 국면을 지나, 공급·수요 균형을 재조정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단기적으로는 운임 하락과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율적 운송 전략과 유연한 공급망 운영이 새로운 생존 조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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