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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Wikimedia Commons |
2025년 하반기, 세계 항공화물 시장은 수요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공급 과잉’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물동량이 살아나면서 글로벌 항공화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의 운항 확대 속도가 이를 앞지르며 시장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2025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화물 공급용량(ACTK)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으며, 화물 수요(CTK) 역시 상승했지만 공급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같은 시기 전용 화물기(freighter) 운항은 6.4%, 여객기의 벨리(belly) 화물 공간은 5.9% 확대됐다.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늘렸고, 이에 따라 여객기 하부 적재공간이 다시 화물 운송에 투입된 영향이 컸다.
이러한 공급 확대는 주요 노선별로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 아시아–북미, 유럽–아시아 노선의 화물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적재율(CLF)이 하락했다. IATA는 2025년 3월 전 세계 평균 적재율을 47.5%로 집계했으며, 일부 노선에서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프리카–아시아 노선은 –1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며 여유 공간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젠에타(Xeneta)는 “2024년부터 이어진 항공화물의 회복 흐름이 2025년 들어 다소 둔화되고 있으며, 공급 증가가 수요 증가를 압도하는 구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운임 추이를 살펴보면, 2025년 5월 기준 유럽–아시아 노선의 평균 항공화물 운임이 전년 대비 2.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급 과잉이 항공사 수익률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항공사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감소했던 운항편을 빠르게 회복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수요 예측보다 단기 운항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주요 글로벌 제조업 지표가 둔화되고 전자상거래 화물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공급이 상대적으로 과도한 상황이 되었다. C.H. 로빈슨 보고서는 “일부 항공사는 통관 전 재고 적재 수요(front-loading) 종료 이후 운항량을 조정하지 못해 과잉 용량 상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화주 입장에서는 운임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항공사와 포워더에게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여력이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운항 효율성 제고와 수익성 중심의 네트워크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공급 확대에 따른 탄소배출 증가 문제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화물은 해상운송보다 단위당 탄소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운항 회복이 곧 환경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항공사는 고효율 항공기 도입과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사용 확대를 병행하며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항공화물 시장은 ‘성장’과 ‘공급 과잉’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여유 용량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임과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잉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하늘길이 넓어진 만큼 그 안에서의 전략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