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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노동부, 뉴시스 |
올해 한국 노동시장에서 임금체불 사태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전국 임금체불 총액은 1조 3421억 원에 달하며, 피해 노동자는 약 17만 명으로 집계됐다. 체불액은 전년보다 9.5% 늘었지만 피해 근로자 수는 소폭 줄어, 소수 사업장에서 대규모 체불이 발생하는 ‘집중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접수된 노동법 위반 신고는 28만85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증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21만70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퇴직급여법 위반이 약 7만 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최저임금법 위반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중 상당수가 청소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사례라는 점이다. 올해 8월까지 만 18세 미만 노동자의 직접 신고 건수는 321건,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통한 상담은 3만2651건에 달했다. 이는 편의점, 음식점 등 아르바이트 환경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노동법 위반 건수도 늘고 있다. 2025년 7월까지 3만8402건이 사법조치를 받았으며 이는 전체 신고 건수의 16% 이상이다.
이에 정부는 상습적 체불 문제에 ‘경제적 제재’ 수단을 도입했다. 10월 23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은 최근 1년간 3개월분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 체불로 총 3000만 원 이상을 미지급한 사업주를 ‘상습체불사업주’로 분류한다. 이들은 신용정보기관에 체불기록이 통보되어 금융거래 제한, 출국금지, 정부지원사업 참여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에 처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단순한 민사 문제가 아니라 노동 현장의 구조적 불공정을 반영하는 문제”라며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협력해 근로감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개편은 일시적 제재를 넘어 근본적인 ‘체불근절 시스템’ 확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매월 시·도별 체불현황을 공개하고 지방정부와 공동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며, 10월 말에는 전국 단위 대규모 합동 단속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영세사업장의 경영 악화로 체불문제가 다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며 “근로시간 단축 및 지급보증제 확대 등 근본적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