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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을 넘어 플랫폼으로, 물류산업의 새로운 수익 전쟁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운송’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플랫폼·ESG를 결합한 고부가 서비스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출처: Waredock
2025년 들어 글로벌 물류업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화물을 운송하고 운임을 받는 구조로는 수익성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주요 물류기업들이 잇달아 ‘운임 외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플랫폼, 헬스케어 특화물류, 친환경 서비스, 리버스로지스틱스 등 고부가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을 재편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DHL Supply Chain이다. DHL은 2025년 들어 세 건의 전략적 인수를 단행했다. 헬스케어 라스트마일 전문기업 SDS Rx, 임상 및 바이오 특송기업 CryoPDP, 그리고 이커머스 풀필먼트 기업 IDS Fulfillment를 잇달아 편입하며 기존의 운송 중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고수익 전문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여기에 자체 플랫폼인 ‘MySupplyChain’을 통해 창고·운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시성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맞춤형 물류 데이터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FedEx는 데이터의 힘에 주목했다. 자사 데이터 분석 조직인 ‘FedEx Dataworks’를 중심으로 물류 데이터를 예측·분석하는 ‘fdx’ 플랫폼을 상용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배송 효율과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3,000여 거점에서 시행 중인 ‘FedEx Easy Returns’ 프로그램은 라벨이 필요 없는 간편 반품 시스템으로, 리버스로지스틱스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덴마크의 DSV는 올해 독일의 DB 쉥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통합 운영 역량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해상·항공·육상 운송과 계약물류를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묶어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터 기반의 운영 효율화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해운 분야에서도 친환경 전환이 새로운 부가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머스크는 ‘ECO Delivery’ 서비스를 통해 저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해상 및 항공 운송 옵션을 제공하며, 고객에게 감축 인증서를 발급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단순한 운송을 넘어 ESG 경영을 지원하는 ‘친환경 물류 파트너’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CMA CGM은 해상과 항공을 결합한 복합 서비스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자회사 CEVA Logistics를 통해 터키의 보루산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며 유럽–중동–아시아를 잇는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항공 자회사 CMA CGM Air Cargo는 벨기에 Air Belgium의 화물사업을 인수하며 자체 항공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예약·판매 시스템을 통합하고, 고객이 한 플랫폼에서 해상·항공 운송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물류기업의 전략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머스크, 쿠네나겔, UPS 등은 ‘풀필먼트–배송–반품–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서비스를 표준화하며 옴니채널 물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쿠네나겔은 인도 전역에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신규 풀필먼트센터를 신설하며 아시아 이커머스 성장세에 대응했다.

이처럼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방향은 명확하다. 운송 효율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나고, 데이터·서비스·ESG가 결합된 통합형 물류 모델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 구조는 단순한 운송 서비스에서 통합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물류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을 재정의하고 있다.

국내 물류업계 역시 이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임 중심의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력, ESG 역량, 산업별 전문성을 결합한 가치 중심 모델을 구축할 때, 한국의 물류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의 전략적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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