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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재편 가속화…기술·플랫폼·친환경 물류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M&A 급증

국내 물류업계, 전략적 제휴와 인수 타이밍 모색해야
출처: North Sea Port
2025년 들어 글로벌 물류산업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기술, 플랫폼, 친환경 물류 역량을 갖춘 기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은행 인트레피드(Intrepid Investment Banker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물류 M&A는 전통 운송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자동화·친환경 인프라를 결합한 기술형 물류기업을 핵심 타깃으로 삼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운송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세계 3위 포워더인 덴마크 DSV는 독일 DB쉥커(DB Schenker)를 약 143억 유로에 인수하며 EU 승인을 획득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와 디지털 시스템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CMA CGM은 터키 물류기업 보루산로지스틱스(Borusan Logistics) 지분을 4억4천만 달러에 인수해 유럽–중동–아시아를 잇는 신흥 시장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DHL Supply Chain이 올해만 세 건의 전략적 인수를 단행했다. 임상·바이오 특송 전문기업 크라이오피디피(CryoPDP), 헬스케어 라스트마일 전문 SDS Rx, 그리고 이커머스 풀필먼트 기업 IDS Fulfillment를 잇달아 인수하며 헬스케어 및 온라인 물류 부문의 전문성을 확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인수는 DHL이 단순한 운송 서비스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고부가가치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물류 자산을 둘러싼 자본 이동이 활발하다. 인도에서는 브룩필드(Brookfield)가 약 1,300만 ft²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인수하기 위해 5,000억 루피(약 8조 원)에 달하는 입찰을 진행했으며, 릴라이언스 리테일(Reliance Retail)은 인도 법원의 승인을 받아 퓨처 서플라이체인(Future Supply Chain Solutions)을 공식 인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 동유럽, 중동 등 성장 지역에서 ‘지역 챔피언’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자본의 전략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RSM은 올해 물류·운송 M&A의 주요 테마로 전동화(electrification), 공급망 디지털화, 틈새시장 특화(Niche Logistics), 지속가능성(ESG) 연계를 꼽았다. 실제로 전기 트럭, 친환경 창고, 탄소 감축 역량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인수 대상에 오르며 ‘그린 로지스틱스’로의 전환이 투자 의사결정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 같은 글로벌 재편 속에서 한국 물류업계가 참고해야 할 시사점도 분명하다. 국내 물류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은 기술 역량, ESG 데이터 관리 체계, 그리고 산업별 전문성을 강화해 전략적 M&A나 해외 제휴의 파트너 후보군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물류 자동화, 라스트마일, 콜드체인, 리버스로지스틱스 등 세부 분야의 기술력과 실적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운임 사이클이 하락하는 현재 시점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구간’으로 평가된다.

한편 PwC와 인트레피드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운송·물류 M&A 거래의 74%가 사모펀드(Private Equity) 주도로 이뤄졌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물류 인프라와 기술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자본과 기술, 그리고 친환경 역량을 함께 갖춘 기업만이 다음 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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