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글로벌 물류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선진국의 물류망은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망 단절 위험에 대응하느라 복잡성이 높아졌고, 그 공백을 인도·아세안·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그러나 기회의 확장만큼이나 인프라 제약, 정책 불확실성, 기술 격차 등의 리스크도 병존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들어 글로벌 공급망 회복탄력성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인도 정부는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며, 효율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복원력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뭄바이–푸네 구간에 전기 중대형 트럭 배터리 교환 거점을 구축해 녹색물류 실험을 시작했다. 또한 프랑스 해운기업의 LNG 컨테이너선 발주가 인도 조선소에서 이뤄지며, 인도가 단순한 내수 중심 시장을 넘어 글로벌 해운 제조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의 변화도 활발하다. 베트남은 국가 차원의 장기 물류 전략을 승인하며 전자상거래 확대에 대응한 국가 물류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다음 세대 무역 회랑의 전략적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도네시아는 중부 자바 지역의 항만 개선사업과 수입 통관 거점 이전 계획을 추진 중이나, 동부 지역의 인프라 부족이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된다. 태국은 크라 지협을 관통하는 대규모 랜드브리지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을 받고 본격화됐지만, 정치적 리스크와 경제성 논란이 여전하다. 필리핀은 항만 확충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신규 항만 개발을 가속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동 지역은 교통·물류 인프라 확장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들어 30번째 신규 해운 노선을 개설하며 항만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내륙 철도 프로젝트인 리야드–제다 랜드브리지가 주요 구간 착공 단계에 들어섰다.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을 잇는 하피트 철도 프로젝트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국경 간 화물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에티하드 레일은 연간 6천만 톤의 화물 운송 능력을 확보하며 향후 여객 운행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항만과 육상 회랑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의 조짐이 뚜렷하다.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 항만은 운영 효율화 이후 사상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고, 케냐의 라무–남수단 회랑도 주요 구간의 공정이 진전 중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테러 위협과 치안 불안이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외자 유치를 통해 레키항 연결도로를 건설 중이지만, 재정 여력 부족과 항만 운영 효율성 문제로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스피해를 잇는 중간회랑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간 화물 목표가 250만 톤으로 설정되며, 최근 5년 사이 화물량이 여섯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회랑의 야심에 비해 운송 표준화와 인프라 조정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주 지역에서는 파나마운하의 가뭄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일 통항량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가툰호의 수위 감소로 장기적인 기후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멕시코는 미국 제조업의 니어쇼어링 수요 증가로 물류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으나, 통관 절차의 복잡성과 인프라 병목 현상이 주요 리스크로 지적된다.
오세아니아에서는 호주의 글래드스톤 지역에서 대규모 자동화 심해 컨테이너항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와 재원 조달이 불확실해 실제 사업 추진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2025년의 신흥시장 물류 지형은 ‘기회와 리스크의 공존’으로 요약된다. 인도와 아세안은 인프라 투자와 기술 전환을 기반으로 새로운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중동은 철도와 항만 연결을 통해 글로벌 물류축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파나마의 기후 위험, 케냐의 안보 문제, 중앙아시아 회랑의 표준화 부족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기업이 이들 시장에 진출하거나 협력망을 확대하려면 단순한 성장률이 아닌 리스크, 회복력,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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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Bloombe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