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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관측 사상 최고치 경신

2025년 들어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5년 10월 중순 발표한 ‘온실가스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백만분율)에 도달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평균치인 280ppm보다 약 50% 이상 높은 수치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축적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급격한 상승세, ‘자연 흡수원’도 한계 직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 폭은 평균 3ppm 이상으로, 과거 10년 평균(2.1ppm)을 크게 웃돌았다. 주요 원인으로는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의 지속적 사용, 대규모 산불 발생, 해양 및 산림 탄소흡수원의 약화가 지목됐다. 특히 북반구의 평균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숲의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토양이 오히려 탄소를 방출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유럽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국(CAMS) 자료 역시 같은 경향을 보여준다. 2025년 들어 해양의 탄소 흡수율은 평년 대비 10%가량 감소했으며, 캐나다와 남미의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이는 지구 시스템 내 탄소 순환 균형이 점차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1.5℃ 목표’ 접근 중… 기후위기의 속도는 예상을 앞서

과학자들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2030년대 초반에 이미 파리협정이 제시한 1.5℃ 한계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온실가스 감축이 현 수준에서 지속된다면, 2040년 이전에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7~1.9℃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WMO는 이번 보고서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새로운 평형 상태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경로는 과거 수천 년의 지구 기후 역사에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인류가 경험하는 폭염, 가뭄, 집중호우는 기후 시스템의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직접적 영향

한국기상청은 올해 여름 한반도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으며, 폭염일수는 평년의 1.5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국립기상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이상기온 현상은 한반도 상공에 정체한 고기압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또한 여름철 열대야 증가와 겨울철 한파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장마 기간은 짧아지는 대신 강수 강도가 커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가 지역 날씨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국제사회, 감축 의무 강화 논의 본격화

이산화탄소 농도 급등은 국제 협력체계의 재정비를 촉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도 청정에너지 보조금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감축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하반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며, 산업계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확대도 검토 중이다. 특히 철강, 시멘트, 운송 등 고배출 업종을 중심으로 감축 로드맵이 재설계되고 있다.

과학계 “지속 가능한 시스템 전환 시급”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확대·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고도화·산림 복원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위스 제네바대 기후연구소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속적 증가세를 늦추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을 최소 43% 줄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감축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WMO 사무총장 펫테리 탈라스는 “기후위기를 되돌릴 시간은 점점 줄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확한 ‘지구 건강지표’”라고 말했다.

결론: ‘기후의 경고등’이 켜졌다

이산화탄소 농도 급등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과학계와 국제기구 모두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협력, 산업구조 전환, 그리고 시민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자료: GRID-Aren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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