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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Swisslog |
글로벌 물류 현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그리고 탈탄소화의 흐름이 맞물리며 물류·운송 인력의 업무와 기술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한 인력 충원이나 효율화가 아니라, 기존 인력을 새롭게 재교육(업스킬링)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근로자의 핵심 역량 중 39%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물류·공급망 관리, 운송, 창고 운영 등 현장 기반 산업은 기술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로 꼽힌다.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미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자동화 시스템 이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 완료 비율은 2023년 41%에서 2025년 50%까지 상승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업계 차원의 대규모 인력 재교육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팩트 포 스킬스(Pact for Skills)’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0년까지 2,500만 명을 업·리스킬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약 260만 명이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물류·운송 분야가 이 정책의 핵심 타깃 산업 중 하나다.
업스킬링 수요가 급증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현장의 디지털화에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창고 자동화, 자율주행 운송, AI 기반 수요 예측,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같은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단순 하역·분류·운전 중심의 업무는 감소하고, 데이터 해석, 로봇 운영, 시스템 통합을 담당하는 새로운 직무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물류협회(CSCMP)의 ‘State of Logistics 2025’ 보고서는 “창고와 유통 현장의 인력 효율화는 인력 감축이 아니라 기술 숙련도의 재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술 전환 속도를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DHL이 발표한 2024년 ‘Supply Chain Risk Pulse’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0%가 “AI·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디지털 인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력 공백은 예측 정확도, 실시간 가시성, 리스크 대응 등 핵심 역량의 확산을 늦추고 있다.
한편, 환경 규제 강화 또한 새로운 교육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감축 정책과 대체연료 도입 확산으로 인해 해운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약 45만 명, 2035년에는 최대 80만 명의 선원이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히 선박 운항 인력뿐 아니라 항만의 위험물 취급, 연료 벙커링, 안전관리 담당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컨설팅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고용 구조의 재설계”로 정의한다. 맥킨지와 BCG 등은 “직원들의 AI 도구 수용 의지는 높지만, 경영진의 변화 관리와 교육 체계 구축이 부족해 현장 확산이 더디다”고 분석했다. 현장 관리자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로는 ‘기술보다 사람이 병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물류업에서의 업스킬링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기술 스택 전환, 그린 규제 대응, 복합운송과 공급망 다변화 등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기업의 교육 전략은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물류기업은 직무별 역량 격차를 수치화하고, 교육·평가·배치가 하나의 순환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AI 물류센터, 자율주행 배송, 스마트 항만 등 프로젝트가 확산되면서 창고 운영자·운송 계획자·데이터 담당자 등 주요 직무의 역량 전환이 시급하다. ESG 규제 대응을 위한 교육 체계와 국제표준(IMO, IATA, EU 기준)을 반영한 지속적 커리큘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인력 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자동화 설비와 AI가 일터의 형태를 바꾸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인간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