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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VICO (Vietnam International Container Clearing & Forwarding Co., Ltd.) |
베트남이 2025년 1월 1일부터 도로 안전 강화를 위한 새로운 운전 시간·휴식 규정을 전면 시행하면서 장거리 운송과 물류 운영 전반에 혼선이 커지고 있다. 새 규정은 상업용 운전자의 운전 시간을 하루 10시간, 주당 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 4시간 운전 시 최소 15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동시에 위반 시 과태료를 대폭 상향하고 운행기록장치 및 여정 모니터링을 의무화했다. 이번 조치는 2024년 제정된 도로교통 질서·안전법과 시행령 168호를 근거로 한 것이다.
현지 물류 업계는 이번 변화로 인한 충격을 실감하고 있다. 베트남 운송·물류 기업들은 규정 시행 이후 운영 차질과 비용 상승을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장거리 화물 운송 부문에서 생산성 저하가 두드러진다. 설 연휴와 맞물리며 운송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운전 제한이 겹치자 운임 상승과 대기 시간 증가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정부가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안전 기준을 도입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단기간 내 노선 재조정과 인력 재배치가 요구되면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제도의 구조는 유럽연합(EU)의 운전자 근로·휴식 규정과 유사하다. EU에서는 연속 4시간 30분 운전 후 45분 휴식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베트남 역시 ‘연속 운전 제한 + 강제 휴식’이라는 동일한 원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인프라와 운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베트남의 특성상 제도의 정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물류 기업은 운전사 교대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허브 간 운행 스케줄을 재설계하고 있다.
업계 단체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교통부는 주 48시간 상한의 탄력적 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핵심 규정인 연속 4시간 상한과 일일 10시간 제한, 의무 휴식 조항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당국은 대신 휴게소 확충, 야간 운행 제한 강화, 장거리 운전 피로도 관리 시스템 도입 등 보완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 규정은 물류 기업의 운영 모델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교대 운전 체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하며, 허브 입출차 시간 및 계약 슬롯을 재조정해야 한다. 둘째, 인건비 증가와 차량 회전율 저하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셋째, 운행 데이터 기록과 관리가 필수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실제로 다수의 물류사는 텔레매틱스 기반 운행기록 관리 시스템과 스케줄링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 중이다.
이번 제도 변화는 베트남이 제조·수출 허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도로 안전’과 ‘공급망 효율’ 간 균형점을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로는 물류비 상승과 리드타임 증가가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교통사고 감소, 운전사 피로 완화, 운송 신뢰도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제도의 실효성을 평가해 단계별 보완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번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베트남 생산기지에서 항만까지 이어지는 내륙 운송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출고·선적 스케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자제품, 패션, 완성차 부품 등 시기 민감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항공 운송 보완이나 복합 운송 전환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물류 허브 간 환적 여유 시간 확보와 교대 운전 인력의 사전 확보가 향후 경쟁력 유지의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