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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건당국, GSK 자회사 HIV 예방 주사제 ‘Apretude’ 공식 권고

2개월 주사로 감염 위험 70% 이상 낮춰… 복약 부담 줄인 장기 예방 옵션
영국의 의약품비용감시기구(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가 다국적 제약사 GSK의 자회사인 ViiV 헬스케어(ViiV Healthcare)가 개발한 HIV 예방용 주사제 ‘Apretude(성분명: cabotegravir)’의 사용을 권고했다. 이로써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장기 지속형 예방 주사제가 본격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권고는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에게 예방 치료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기존 경구용 복용제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정책적 조치로 풀이된다. NICE는 “Apretude는 고위험군에게 의미 있는 예방 효과를 제공하며, 장기적으로 공중보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 복약 순응도 문제 해결 기대

‘Apretude’는 기존 HIV 예방요법(PrEP, Pre-Exposure Prophylaxis)과 달리 매일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주사제다.
2개월마다 근육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복용 누락으로 인한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약은 HIV 감염 위험을 최대 7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NICE는 보고서에서 “복용을 잊기 쉽거나 장기 복약이 어려운 집단—특히 젊은층, 성소수자, 약물 사용자 등—에게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보건당국 또한 “Apretude의 도입은 공공 보건 체계 내에서 감염 예방 정책을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HIV 감염률은 감소세… 그러나 예방 접근성은 여전히 과제

영국 내 HIV 신규 감염자는 최근 몇 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안전청(UKHS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규 감염자는 전년 대비 8% 감소했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낙인과 불균등한 의료 접근성이 여전히 예방 치료의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성 간 성접촉자, 이민자, 젊은층 등 특정 집단에서는 감염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예방 중심의 보건정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NICE의 이번 결정은 그 일환으로 평가된다.
영국 내 HIV 예방 정책은 지난 10년간 주로 경구 복용형 PrEP(Truvada 등)에 의존해왔으나, 실제 복약 지속률은 50%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었다.

GSK·ViiV의 전략적 행보… 글로벌 시장 확대 노린다

ViiV 헬스케어는 GSK가 주요 지분을 보유한 HIV 전문 제약사로, Gilead Sciences 등과 함께 글로벌 HIV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NICE 권고를 계기로 유럽 내 장기형 예방제 허가 확산과 보험 등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ViiV 측은 성명을 통해 “Apretude는 HIV 예방의 새로운 표준이 될 잠재력이 있다”며 “영국의 결정은 세계 각국에서 정책적 논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retude는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승인받았으며, WHO(세계보건기구)도 이를 HIV 감염 예방을 위한 ‘혁신적 접근’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영국 NICE의 권고는 유럽 내 공공의료 시스템에서의 채택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HIV 예방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격과 접근성 문제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Apretude의 투여 비용은 경구형 PrEP 대비 다소 높기 때문에, NHS 내 전면 도입을 위해선 예산 조정과 대상자 선별 기준이 필요하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대(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의 보건경제학자 데이비드 톰슨 교수는 “예방 비용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HIV 감염 감소를 통해 의료비 절감 효과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NICE의 최종 승인 절차는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며, 2026년부터 NHS 전역에서 단계적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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