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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항만 수수료 맞불…해상 운임 긴장 국면으로

양국, 10월 14일부터 상호 선박에 항만 수수료 부과…국제 해운 시장 구조적 비용 압박
출처: iStock by Getty Images
2025년 10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해운 산업으로 확산됐다. 양국은 10월 14일부로 서로 상대국 연관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항만 맞불 조치’다. 미국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 또는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컨테이너당 120달러 또는 순톤당 18달러(더 큰 금액 기준)의 항만 이용료를 부과한다. 반대로 중국 교통운수부는 미국 국적, 미국 건조, 혹은 미국 자본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선박에 대해 순톤당 400위안(약 56달러)을 징수하기 시작했다. 단, 중국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서는 면제 조항을 두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사실상 ‘해운 관세’로 불릴 만큼 상징적이다. 양국 모두 단계적 인상을 예고한 만큼, 2026년 이후에는 수수료가 최대 두 배 이상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공고에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120위안까지 인상하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다. 미국 측 역시 내년 4월부터 톤당 23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53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해운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주요 선사들은 해당 조치 발표 직후 미·중 항로 일부 운항 계획을 조정하거나 대체 항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유·석탄 등 벌크 화물선의 경우 운항 루트를 우회하면서 항차당 1,000만 달러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대형 유조선(VLCC) 운항 지수도 발표 직후 상승세로 전환됐다. 중동–중국 간 TD3C 운임지수는 10월 둘째 주 W70 수준에서 15일 기준 W95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 조치가 단기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중 간 항로를 잇는 해운사는 물론, 제3국 선박 역시 ‘간접 연루’ 판단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측은 수수료 부과 대상을 “미국 소유, 운영, 건조 또는 지분 25% 이상 보유 선박”으로 정의했으며, 미국 측 역시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선박의 상당수가 어느 한쪽의 영향권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물류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운송비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사들은 수수료 부담을 운임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화주에게 전가된다. 실제로 북미와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지난주 대비 평균 8~12% 상승했다. 항만 일정 혼잡, 선박 회항 지연, 통관 비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물류비용은 한층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제 무역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무역 보복이 아니라, 해운·물류 인프라를 포함한 ‘공급망 주권 경쟁’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선사와 포워더들은 이미 계약서 내 수수료 귀속 및 불가항력 조항을 재검토하며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결국 이번 상호 수수료 부과는 해운 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항만 이용료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의 ‘물류 전선’이 된 것이다. 관세 전쟁이 무역의 장벽을 세웠다면, 이번 항만 수수료 전쟁은 물류의 흐름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운임 상승과 항로 혼잡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해운망의 분화와 재정렬이 뒤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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