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영국 물류 부동산 시장이 대대적인 재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리츠(REITs)와 대형 기관투자자, 그리고 초고액 자산가들이 물류 자산 매입 경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류창고는 이제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니라, 공급망 효율성과 ESG 대응 능력을 동시에 평가받는 전략 자산으로 변했다”고 분석한다.
가장 상징적인 거래는 Tritax Big Box와 블랙스톤 간의 딜이다. Tritax는 블랙스톤이 보유한 영국 내 물류 자산 약 10억 4천만 파운드를 인수했으며, 블랙스톤은 Tritax 지분 약 9%를 확보하며 상호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거래는 블랙스톤의 포트폴리오 일부가 코어형 도심 물류시설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LondonMetric이 Urban Logistics REIT를 약 7억 파운드 규모로 인수하며 상장 리츠 간 합병 열기를 이어갔다. 규모의 경제와 자본 조달력 강화를 통한 안정적 배당 구조 확보가 주요 동기로 꼽힌다.
자본시장뿐 아니라 개인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자라(ZARA)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아마존이 임차 중인 영국 물류창고를 약 8천만 파운드에 매입하며, 초우량 임차인을 중심으로 한 장기 임대형 투자 트렌드를 강화했다. 고정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이른바 ‘콜드 머니(cold money)’가 물류 자산으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 통계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5년 3분기 영국 전역의 물류 임차 수요(테이크업)는 약 830만 평방피트로 전기 대비 23% 증가했다. 연초 이후 누적 수치는 2,050만 평방피트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3PL과 유통·이커머스 부문이 여전히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사빌스의 분석에 따르면 런던과 사우스이스트 지역의 공실률은 9.8% 수준으로, 지역별 편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자동화 설비나 친환경 인프라를 갖춘 프라임급 자산은 여전히 임대료가 견고하지만, 노후 자산은 공실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권에서도 감지된다. CBRE의 중기 전망에 따르면 유럽 대출자들은 물류 및 주거(리빙) 섹터를 2025년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으로 꼽고 있다. 특히 물류 부문은 ESG·에너지 효율 등 규제 대응 측면에서 ‘안정적 수익과 정책 우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섹터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자산 가치의 판단 기준은 ‘입지’와 ‘자동화’로 귀결된다. 주요 항만·공항·도로망 접근성은 물론, 로봇·셔틀·AMR(자율이동로봇)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적 설계가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동시에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태양광 등 친환경 인프라는 운영비 절감과 ESG 대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투자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물류 리츠·자산운용사 간 합종연횡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도심형 라스트마일 물류’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재편”이라며 “이 흐름은 향후 유럽 전역과 아시아 주요 도시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코어 입지와 자동화 인프라를 결합한 도심 물류센터 개발이 늘고 있는 만큼, 영국의 사례는 투자 전략 수립의 유의미한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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