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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공급망 병목으로 2025년 추가 비용 110억 달러 부담 전망

부품 부족·정비 지연·노후 항공기 운영이 비용 압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
항공기 엔진 정비를 위한 부품 물류 흐름 현장 모습
출처: Royale International “Aircraft Maintenance: The Importance of Logistics”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글로벌 컨설팅사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의 공동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사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공급망 병목 현상과 정비 지연, 부품 부족 등의 요인으로 약 110억 달러(한화 약 15조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항공기 제조사와 부품 공급망 전반의 불안정이 항공사 운영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형 항공기 인도 지연과 엔진 정비용 부품 부족이 심화되면서 항공사들이 노후 항공기를 계획보다 오래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IATA는 “항공사들이 예비 부품과 엔진 수리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비 주기가 지연되고, 운항 일정에 잦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노후 기체의 연료 소모량과 정비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비용 부담 항목을 세부적으로 보면 연료비 증가가 약 42억 달러, 정비 비용 상승이 31억 달러, 엔진 교체 및 수리 지연으로 인한 임대 비용이 26억 달러, 예비 부품 확보 및 재고 유지 비용이 14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엔진 정비 지연은 전 세계 항공기 운항 계획에 큰 변수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주요 엔진 제조사인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와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정비 인력 부족과 부품 납기 지연으로 정비 대기 기간이 9~12개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운항 가능한 항공기 수를 줄이거나 임시 대체 항공기를 임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리버 와이먼의 ‘2025~2035 글로벌 항공기·정비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상업용 항공기 대수는 연평균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품 공급 불안정과 정비 역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운항 효율성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항공기 제조사의 생산 병목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부품 공급사 간 글로벌 분업 구조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구되지 않았다”며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보다 안정적 운영을 우선시해야 하는 시기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부 항공사는 이러한 불안정한 공급망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정비 조직(MRO)을 확충하거나 중고 부품 재활용 시장(Used Serviceable Material, USM)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항공기 리스 시장 또한 재활성화 조짐을 보이며 항공사 간 임대·교환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운항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재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형 항공사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신규 항공기 도입 지연과 엔진 정비 병목이 지속된다면 항공권 가격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닌, 글로벌 항공산업의 구조적 재편 신호로 보고 있다. 항공사가 운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인력 확보, 부품 내재화, 장기 계약 확대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항공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25년은 항공업계가 효율보다 ‘안정과 복원력’을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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