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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구조 재점검과 ‘Cost-to-Serve’ 중심 전략

인플레이션과 연료비 상승 속, 수익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
출처: Boston Dynamics
2025년 물류업계는 전례 없는 비용 압박 속에서 ‘비용 구조 재점검(Cost-to-Serve 중심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들고 있다. 인플레이션, 연료비 상승, 항만 및 창고 임대료 인상, 인건비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존의 단순한 마진 확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사 KPMG는 올해 공급망 트렌드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이제 평균 단가나 구역 단위가 아닌, 고객별·제품별·경로별로 세밀한 비용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전체 수익이 나는 구조인지’가 아니라, 각 고객이나 제품군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물류비를 발생시키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Cost-to-Serve(CTS) 분석은 공급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밀한 재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CTS는 제품의 출하부터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투입되는 운송비, 창고비, 인건비, 반품 처리비 등 모든 직접비와 간접비를 세분화해 각 활동별로 할당하는 방식이다. 즉, 단일 운송요율이나 단순한 평균 물류비 계산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개별 서비스 단위의 비용 구조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KPMG는 이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손실 구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로 규정했다.

실제로 이러한 접근은 이미 주요 글로벌 제조·유통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은 낮은 물량이지만 복잡한 배송 절차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반면 다른 고객은 물량이 많고 간소한 운송 루트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보일 수도 있다. CTS는 이 차이를 수치로 명확히 드러내 기업이 전략적으로 집중할 고객군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분석의 정밀함이 높아질수록 복잡성도 커지며, 이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기업들이 직면하는 첫 번째 문제는 데이터 품질이다. 정확한 비용 배분을 위해서는 물류 현장의 세부 데이터를 ERP나 WMS(창고관리시스템) 등에서 일관되게 수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시스템 간 연계가 미흡하거나 데이터 포맷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복잡성 증가다. 분석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비용 구조 관리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분석 자체가 목적’이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실행의 문제다. 분석 결과가 나와도 실제 가격 정책이나 고객 계약에 반영되기 어렵고, 영업 조직의 저항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CTS 중심 전략은 2025년 이후 물류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간주된다. Cushman & Wakefield의 ‘2025 Korea Logistics Market Report’에 따르면, 국내 물류센터의 임대료 상승과 지역 간 공실률 격차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각 센터와 노선별로 비용 민감도를 분석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Savills Korea 보고서 역시 “저온 물류센터는 공실이 늘고, 일반 상온센터는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시설 유형별 수익 구조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한국에서도 물류비 절감의 해법은 단순한 단가 인하가 아니라, 어디에서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세밀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데 있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 처음부터 전 고객과 제품군을 대상으로 완전한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매출 상위 제품과 주요 고객군, 혹은 고비용 노선부터 시범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후 데이터를 확보하며 점차 범위를 확장하고, 활동 기반 원가계산(ABC: Activity-Based Costing)과 AI 분석툴을 결합해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또한 연료비나 인건비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시나리오 기반 민감도 분석을 병행해, 예기치 못한 비용 변동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2025년의 물류비 절감은 ‘단가 협상’이 아니라 ‘구조 재설계’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물류 기업과 제조업체 모두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객과 제품, 그리고 어느 구간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Cost-to-Serve 전략은 그 해답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분석 도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를 실제 전략으로 연결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문화의 변화다. 기술이 아니라 통찰이 경쟁력을 만든다는 점에서, 2025년 물류업계의 진짜 과제는 숫자 뒤의 의미를 읽는 눈을 기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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