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창고 비용은 오르는데, 수요는 꺾인다

공실률 상승과 비용 상승이 공존하는 창고 시장의 역설
출처: Dimerco, “Warehousing and Distribution Services in Asia and Beyond”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유통·물류 업계에서는 묘한 역설이 드러나고 있다. 창고 공간에 대한 수요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창고 임대료와 유지비 등 비용은 완만하게나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수요 둔화 vs 비용 상승’ 현상은 시장 구조의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먼저 수요 측면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표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5년 2분기 산업용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산업용(물류 포함) 시장의 평균 공실률은 7.1%를 기록하며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 보고서는 특히 새로 건설된 고사양 창고들이 대량 흡수되면서, 오래된 물류 자산보다 신축 중심의 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산업 부동산 리포트에서는 2025년 1분기에만 신규 공급된 7,300만 평방피트 규모의 창고 공간 중 절반 이상이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이는 신축 물량 과잉과 수요 대비 공급 초과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즉, 공간을 찾는 수요자는 줄고 있는데, 공간을 제공하는 공급자는 이미 지어진 시설을 채워 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비용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복합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째, 장기 임대계약의 경직성이다. 많은 물류센터 임대계약은 다년 계약 구조로 되어 있어 단기적인 수요 충격이 즉각적인 임대료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
둘째, 프라임 자산에 대한 선호 강화다. 입지, 설비, 접근성 등이 뛰어난 창고에 수요가 몰리면서, 노후 자산의 공실이 심화되는 반면 우량 자산은 임대료 상승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운영비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 보험료, 전력비, 보안 및 유지관리 비용, 소방·안전 설비 강화 등이 전체 비용 구조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공급 사이클의 지연 효과도 크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착공된 대형 물류센터들이 2024~2025년에 순차적으로 완공되며 공급이 집중되었고, 그 여파가 시장 균형 회복보다 먼저 나타났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향후 자산 가치 하락을 우려해 임대료 인하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시장 내 ‘가격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CBRE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 A급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약 23%로 높게 나타났으며, 2025년에는 공급 감소로 공실률이 19% 안팎까지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온형 창고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저온 물류센터는 여전히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 또 일부 우량 자산의 경우 3.3㎡당 임대료가 3만 5,000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고 운영자와 임대주는 새로운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 다중 고객을 수용하는 공유형 창고 구조를 도입하거나, 일정 공간을 단기 임차인에게 재임대하는 서브리스 전략, 그리고 운영비 절감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임대료 인상률을 CPI나 유지비 등 지표에 연동하거나, 조기 재협상 조항을 포함한 유연한 리스 구조 도입도 실질적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결국 지금의 창고 시장은 단순히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하락이 아니라, 비용 구조와 계약 체계, 자산별 경쟁력 차이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구조적 전환기의 모습이다.
누가 이 시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자산 전략을 조정하느냐가 향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