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출처: Nakilat, Wikimedia Commons |
국제 물류업계가 친환경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해상·항공·육상 운송 전반에서 대체 연료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초기 비용 부담과 불안정한 공급망, 규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컨테이너 해운업계는 탄소 배출 규제를 앞두고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연료 옵션을 시험하며 신조선 설계 방향을 조정하는 중이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발주된 컨테이너선 534척이 대체 연료 대응 설계로 건조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발주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NG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대체 연료로 꼽히지만, Maersk가 바이오 메탄올 도입 계획을 밝히는 등 메탄올 기반 전환 시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배터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와 합성 연료(e-fuel) 연구가 활발하다. 다만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합성 연료는 기존 항공유와 호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환 효율이 낮고 생산 단가가 높은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국제 항공사는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면서도 탄소 규제 강화에 대비해 시험 도입을 이어가고 있다. 육상 물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CEVA Logistics가 B100, HVO100 같은 바이오 연료 트럭을 일부 운영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과 연비 문제 때문에 확산 속도는 더딘 편이다.
국제기구의 규제 방향도 변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 10월 열리는 특별 회의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선박 연료 표준화와 배출권 가격제가 본격화될 수 있어 해운사들의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각국 규제가 상이하고 연료별 안전 기준과 인증 체계도 확정되지 않아 업계는 “연료 불확실성(fuel uncertainty)”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Hapag-Lloyd와 한화오션 등 글로벌 선사·조선사 역시 어떤 연료가 주류가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수소와 디젤을 혼합 연소하는 엔진을 장착한 ‘Hydrotug 1’이 등장했고, Maersk는 메탄올 기반의 컨테이너선 ‘Laura Maersk’를 진수했다. 일부 조선사는 암모니아 추진 예비 견인선을 시험 운항하며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술적 불확실성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관건은 비용과 공급망 안정성이다. 대체 연료는 여전히 기존 화석 연료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생산·저장·운송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와 맞물린 전력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국제 무역 환경에서 탄소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만큼, 친환경 연료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는 지금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기술 표준화와 공급망 구축,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