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가 오스트리아 총기 제조사 글록(Glock)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본격화됐다. 핵심 쟁점은 글록사의 권총이 불법 장치 장착을 통해 자동화 무기로 쉽게 개조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도시 내 총기 범죄 확산과 직결된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연방 판사는 최근 해당 소송이 기각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글록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로 소송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게 됐다.
시카고 시는 소장에서 “글록 권총은 범죄자들이 불법으로 확보한 ‘자동화 변환 장치(일명 Glock switch)’를 통해 순식간에 기관단총 수준의 발사 속도를 내는 무기로 개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변환 장치를 부착할 경우 초당 수십 발을 발사할 수 있어 살상력이 극도로 높아진다. 시 당국은 이러한 개조 용이성이 범죄 조직과 총격 사건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은 미국 내 총기 제조사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해 온 기존 판례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5년 제정된 ‘합법적 무기 거래 보호법(PLCAA, Protection of Lawful Commerce in Arms Act)’은 총기 제조사와 판매상이 범죄에 사용된 총기의 피해로부터 광범위하게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해왔다. 그러나 원고 측은 글록이 자사 제품의 구조적 결함과 범죄 악용 가능성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단순한 범죄자 남용이 아니라 기업 책임 문제라고 강조한다.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총기 폭력이 심각한 도시 중 하나다. 매년 수천 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불법 개조된 반자동 권총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계가 제시돼왔다. 시 당국은 이번 소송을 통해 제조사가 공공 안전에 기여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불법 개조 방지 장치 도입 등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록 측은 공식 입장에서 “당사의 제품은 합법적이고 합당한 용도에 맞게 설계·제조되었으며, 불법 개조는 범죄자의 불법 행위일 뿐 회사의 책임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미국 연방법과 국제 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판매를 지속해왔으며, 이번 소송은 총기 폭력의 원인을 제조사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총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글록의 책임을 인정할 경우, 다른 도시와 피해자들도 유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PLCAA의 해석 범위를 둘러싼 새로운 법적 분쟁을 촉발할 수 있고, 총기 제조사의 설계·유통 관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총기 규제 논의와도 맞물린다. 특히 자동화 변환 장치(Glock switch)는 값싸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유통돼 당국의 골칫거리가 되어왔다. 연방수사국(FBI)과 주류·총기·폭발물 단속국(ATF)은 해당 장치를 불법 무기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공급 차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카고 시의 이번 소송은 총기 규제 논쟁에서 제조사의 책임 범위를 다시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최소한 “총기 제조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기존 인식에는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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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PublicDomainPictures.net — “Glock Gun Displ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