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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가시적 진전’… 동맹 구조 변화 가속

출처: U.S. Department of Defense (DoD)
한국과 미국이 수십 년간 논의해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서 가시적 진전을 이뤘다고 양국 당국이 밝혔다. 이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군이 행사해 온 전시작전통제권 지휘 구조를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장성이 사령관을 맡는 한미연합사령부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오랜 기간 주권 강화 차원에서 이를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독자적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어 왔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환 원칙을 재확인했다. 즉,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확보,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신뢰 보장,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변화 등을 충족할 경우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 미사일 방어 체계, 지휘통제 체계 강화가 상당 수준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미 측 역시 한국군의 준비 상황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작권 전환 논의는 2006년 이후 본격화됐으며, 당초 2012년 전환을 목표로 했으나 북한의 군사 도발, 안보환경 악화, 한국군 전력 강화 지연 등을 이유로 수차례 연기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는 ‘시기 기반’이 아닌 ‘조건 기반’ 전환으로 합의하면서 일정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이번 발표는 그간 지지부진했던 협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평가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이 단순히 지휘 체계 변경을 넘어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기존의 ‘미국 주도-한국 지원’ 구조에서 ‘한국 주도-미국 지원’ 구조로 재편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군사 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동맹국의 자율적 방위 능력을 확대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군의 첨단 무기 도입과 전력 증강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북한의 비대칭 전력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연합방위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구체적 운영 방안과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한국군 단독작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 내 역할과 책임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안보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역시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으며, 전작권 전환은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대화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진전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동북아 안보 지형과도 긴밀히 연계된다. 한국이 주도권을 확대하면서도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유지하는 균형 전략을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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