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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마일 배송, 빠른 서비스 뒤에 숨은 수익성의 함정

비용 비중 50% 이상, 쿠팡·CJ대한통운 등 기업 경쟁이 불러온 구조적 압박
소비자들이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을 기대하는 시대에 물류업계는 배송 속도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구간이 바로 ‘라스트마일’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전체 물류비용 중 라스트마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일부 보고서는 53% 수준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배송 차량의 반복 이동, 잘못된 주소 입력, 배송 지연, 비효율적 경로 등이 이 비용을 더욱 끌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한국에서는 쿠팡이 대표적 사례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초기에는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구축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장기간 계획적 적자를 감수한 배경에 라스트마일 비용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본다. 최근 들어 흑자 전환 소식이 전해지지만, 이는 물류 인프라가 안정화되고 자동화·데이터 기반 관리가 확대된 덕분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라스트마일의 어려움은 쿠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온라인 유통사와 전통 물류기업들 모두 배송 품질을 무기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빠른 배송을 소비자 만족의 지표로 삼으면서도 수익성 악화라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라스트마일은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수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는 소비자 충성도를 얻기 위한 필수 전략이면서도 동시에 수익 구조를 흔드는 위험 요소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무인 배송 로봇이나 드론, AI 기반 경로 최적화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 확산은 배송 노동자들의 일자리 축소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라스트마일 영역은 기술 혁신과 비용 절감, 노동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난제라 할 수 있다.

결국 라스트마일 배송은 물류업계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고객 만족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반드시 강화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익성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향후 한국 물류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 모순을 풀어나갈지가 업계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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