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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남미 직항 컨테이너 루트의 ‘바나나 리턴 카고’

빈 컨테이너 문제 해결의 새로운 단서가 될까
출처: MC Containers
중국과 남미를 잇는 해상 물류 루트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이 노선은 중국이 남미에서 곡물과 원자재를 싣고 오는 편도 수송이 중심이었다. 대두와 옥수수가 대표적 화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돌아오는 길에 빈 컨테이너만 실리는 대신, 에콰도르와 브라질산 과일이 ‘리턴 카고’로 채워지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에콰도르산 바나나는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2025년 1~7월 기준 대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7.67% 증가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새로운 항로 개설과 물류 인프라 개선 덕분에 과거보다 짧은 시간 안에 중국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 것도 수출 확대의 배경이다. 여기에 중국 내 신선물류 유통망이 확충되면서, 남미산 바나나와 망고 같은 냉장 화물이 안정적으로 흡수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물류 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빈 컨테이너 재배치(Empty Repositioning)’ 비용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통 중국발 컨테이너선은 남미에 물건을 내린 뒤, 돌아올 때 채울 화물이 부족해 빈 컨테이너를 싣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비효율은 국제 물류의 구조적 병목 현상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남미산 과일 수요가 폭발하면서 귀국편 컨테이너를 채워주는 리턴 카고가 생겨난다면, 그 자체로 비용 절감과 운송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이 현상을 ‘대규모 구조적 변화’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실제 보고서와 데이터는 남미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냉장 화물 증가를 보여주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빈 컨테이너 불균형을 해소할 만큼 자리 잡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남미 간 무역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하며, 컨테이너 회전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흐름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로 향하는 남미산 과일 수출 확대는 단순한 식품 소비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 중국-남미 직항 루트에서 ‘바나나 리턴 카고’가 빈 컨테이너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 국제 물류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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