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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World |
드론 화물 배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미국과 유럽이 앞서가던 기술이 이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뒤, 이를 다시 중동 등으로 ‘역수출’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르완다와 가나에서 의료 물류 혁신을 이끈 Zipline이다. 이 회사는 혈액, 백신, 긴급 의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면서 기존 도로 운송이 닿지 못하던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르완다에서는 산모의 산후 출혈 대응 속도가 빨라져 사망률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고, 가나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Zipline의 모델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실용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중동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은 사막 지형과 광활한 국토 때문에 육상 운송만으로는 효율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현지 정부와 기업들이 드론 배송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기존 아프리카에서 성공한 운영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동 지역 드론 배송 시장은 향후 2030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보고서가 나왔으며, 일부 국가는 규제 프레임워크 정비와 시험 운영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에서는 까다로운 항공 규제와 안전 인증 문제로 드론 배송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는 규제보다 수요가 앞섰다. 부족한 도로 인프라와 긴급한 의료 수요가 오히려 혁신을 빠르게 정착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 막혀 있던 드론 물류가 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중동으로 확산되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역수출”이라 부를 만큼 본격적인 상업 운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Zipline이 중동에서 공식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고, 현지에서는 여전히 규제, 기후 조건, 사회적 수용성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가 더 이상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새로운 물류 혁신 모델을 만들어내는 진원지가 되었고, 이 모델이 중동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드론 물류는 이제 선진국의 기술 시연 무대를 넘어, 신흥국이 먼저 상용화하고 이를 다시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흥미로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류 역사 속에서 흔치 않은 이 흐름은 향후 10년간 드론 산업의 지형을 재편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