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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화물 화재 급증… AI가 찾는 ‘숨은 폭탄’

리튬이온 배터리 오인 신고가 불러온 위기, 기술과 규제가 해답 될까
사진 제공: Netherlands Coastguard
국제 해운업계에서 선박 화재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보고된 선박 화재 건수는 지난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상당수가 리튬이온 배터리 등 위험 화물이 미신고되거나 잘못 신고된 경우에서 비롯됐다. 최근 차량 운송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에서 불이 번지며 선박 전체를 침몰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화재의 공통된 배경은 위험물 신고의 허술함이다. 발송자가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위험 화물을 ‘일반 전자부품’ 등으로 허위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늘어나면서 화물 적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만, 적재 후 화물 검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불이 나면 대형 선박일수록 초기 진압이 어려워 피해는 더 커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와 항만 운영사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해운협의회(WSC)를 비롯한 주요 단체들은 수백만 건의 화물 예약 데이터를 AI로 실시간 분석해 위험 신호를 잡아내고 있다. 이상치 탐지 알고리즘을 통해 ‘숨은 폭탄’ 같은 위험 화물을 사전에 식별하고, 선사는 해당 건을 대상으로 추가 물리 검사를 실시한다.

보험업계도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와 P&I 클럽들은 잘못 신고된 위험 화물을 해운 리스크의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와 선박 손실은 물론 대규모 보험금 지출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최근 보고서에서는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화재 위험이 큰 노선의 경우 운송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제 당국의 압박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제 위험물 규정(IMDG 코드)의 개정과 강화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포장과 적재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세부 조항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업계는 강화된 규제가 단기적으로 비용을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전과 신뢰 확보라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결국 화물 화재 문제는 단순한 해상 안전 이슈를 넘어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주는 구조적 리스크로 떠올랐다. 선박 화재로 인한 물류 지연과 항로 우회, 화물 손실은 기업의 비용과 이미지에 직격탄을 가한다. 해운업계는 AI와 데이터 분석, 그리고 더 정교한 규제를 통해 이 위협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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