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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Net-Zero Framework’ 최종 채택을 앞두고… 해운업의 줄다리기

글로벌 해운, 탄소 규제 전환점에 서다
출처: Pacific International Lines
국제해사기구(IMO)가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임시 회의(MEPC/ES.2)에서 해상 연료 배출 규제 패키지인 ‘Net-Zero Framework(NZF)’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NZF는 연료의 온실가스(GHG) 성능 기준(연료 표준)과 전 세계 공통의 배출 가격 신호를 결합한 첫 글로벌 규제 틀로, 국제해운의 탈탄소화를 법적으로 견인하겠다는 시도다. 올해 4월 MEPC 83에서 초안이 승인됐고, 채택이 이뤄지면 2027년에 발효하는 일정이 제시돼 있다.

초안에 따르면, NZF는 MARPOL 부속서 VI에 신설될 장(Chapter 5)으로 들어가며 두 축으로 설계돼 있다. 첫째, 선박이 사용한 연료의 연간 GHG 연료집약도(GFI)를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요구하는 ‘글로벌 연료 표준’이다. 이때 배출 산정은 연료 생산부터 연소까지 전 과정을 보는 ‘웰-투-웨이크’ 접근을 따른다. 둘째, 기준을 밑도는 배출 성과에 대해 ‘시정 단위(remedial units)’를 구매하도록 하는 경제적 장치로, 여기서 조성되는 기금은 저·무배출 선박 보상과 개도국 전환 지원 등에 쓰이게 된다. 적용 대상은 국제운송 CO₂ 배출의 약 85%를 차지하는 총톤수 5,000GT 초과 대형 외항선이다.

절차적으로는 4월 승인 이후 회원국 검토 기간을 거쳐 10월 채택이 목표다. MARPOL 개정안의 통상 절차인 ‘묵시적 수락(tacit acceptance)’이 적용되면 채택 약 16개월 뒤인 2027년에 자동 발효하며, 사실상 첫 보고·집행 연도는 2028년이 된다. 관련 실무지침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채택·보완하는 로드맵이 제시돼 있다.

다만 업계와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다. 9월 18일 프론트라인, 바히리 등 대형 탱커사를 포함한 선사들이 “현행 NZF 초안은 비현실적이며 과도한 비용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면 재설계를 요구하는 공동 입장을 냈다. IMO 사무총장은 채택 가능성에 낙관을 표했지만, 일부 회원국의 기권·반대가 늘 경우 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변수의 핵심은 미국이다. 8월 12일 미 행정부는 국무·상무·에너지·교통 장관 공동 명의로 NZF를 “글로벌 탄소세”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고, 채택 시 관세·비자 제한·항만 수수료 등 대응 조치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이는 10월 표결 구도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업계 내부에서는 상반된 움직임도 나타난다. 최근 약 200개 해운·물류 기업이 지역 규제의 중복 부담을 피하려면 전지구적 단일 GHG 요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지 성명을 냈다. 국제해운회의소(ICS)와 ‘Getting to Zero’ 연합은 10월 회의에서의 채택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으며, 표결 정족수와 별개로 다수 국가가 현재 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 미칠 실무적 파급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선대 투자에서는 메탄올·암모니아 대응 듀얼 연료선 옵션을 확보해 규제와 연료 가용성의 불확실성을 헤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고, 업계 경영진들은 2030년 이후 대체 연료 전환 속도가 본격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 ETS, 연료 표준 등 규제 조합과 공급 확대가 전환의 가속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화주·선사·포워더 입장에서는 향후 계약 조건에 연료 조정 요금(BAF)과 탄소 비용 패스스루 조항을 명확히 하고, 벙커링·연료 원산·배출계수에 관한 데이터 라인과 감사 가능성을 내재화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2027년 발효, 2028년 첫 집행이라는 글로벌 타임라인을 가정해 듀얼 연료·연료 공급망 다변화와 LCA(전과정) 인증 요구조건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편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요약하면, NZF는 연료 성능 기준과 배출 가격 신호를 묶은 최초의 전지구적 해운 규제로, 10월 채택 여부가 향후 2~3년간의 투자·운임·연료 믹스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업계의 반발과 미국의 공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 기업·단체의 지지와 IMO의 연내 채택 로드맵이 맞물리면서 최종 문안의 강도·유예·보완 장치가 어디로 수렴하느냐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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