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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잠깐, 빚은 길게… 소비쿠폰의 그림자

단기 부양에 쏟아부은 13조 9천억 원, 재정 건전성·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외면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기적 경기 부양과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출발했다. 총 13조 9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정책은 전 국민에게 최소 15만 원을 지급하고, 차상위·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최대 4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는 구조다. 비수도권과 농어촌에는 추가 금액을 얹어 지역 균형도 고려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책의 설계 의도와 달리 성과는 제한적이다. 첫째, 신청 과정에서의 혼선은 제도의 기본 신뢰도를 훼손했다. 온라인 절차에 취약한 고령층은 소외됐고, 요일제 운영으로 인한 불편도 적지 않았다. 둘째, 사용처 제한은 소비 진작 효과를 반감시켰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이 배제된 상황에서 전통시장과 동네 점포만으로 소비 활성화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셋째, 형평성 논란도 거세다. 농어촌과 비수도권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은 정치적 의도를 떠올리게 하면서, 수도권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 단체들조차 “효과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재정 부담과 미래 세대의 빚이다. 서울시는 이번 소비쿠폰 재원을 위해 지방채 발행에 나섰고, 이는 이미 팽창한 국가채무 구조에 또 다른 짐을 얹는 셈이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소비쿠폰이 성장률에 기여하는 효과는 약 0.15%포인트에 불과하다.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에 비해 지출 규모는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막대한 재정을 단기간에 풀면 화폐 가치는 약화되고 물가는 상승한다. 정부는 “돈이 풀려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전형적 논리를 내세우지만,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렵다. 결국 소비쿠폰은 단기적 체감 효과를 남기되,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축을 훼손할 수 있다.

민생을 살린다는 구호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소비는 잠깐, 빚은 길게”라는 경고는 현실이다. 국민에게 당장의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이 진정한 민생 회복인지, 아니면 미래 세대를 빚쟁이로 만드는 선심성 정책인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책의 방향이 단기 부양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 체력 강화로 옮겨가지 않는다면, 이번 소비쿠폰은 기록에 남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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