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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체포 사태…한국 정부, 새 비자 제도 마련 촉구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이 이민 단속 과정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의회에 전문직 근로자 전용 비자 제도 마련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양국 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서 대규모 단속

사건의 배경에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실시한 대규모 단속이 있다. 현지 언론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 다수가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단기 비자나 임시 체류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며 근무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인력이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첨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 인력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단속 직후 공장 운영 차질이 우려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자국 내 고용 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 미 의회에 공식 요청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한국인 전문직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은 인적 교류이며, 안정적인 체류 기반 없이는 양국 기업 간 투자와 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장관은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문 기술 인력이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 위축 우려

현재 미국은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 제도의 불안정성이 노출되면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투자 확대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도 핵심 인력을 합법적으로 배치하지 못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비자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미국 투자 계획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경제 협력 시험대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미 경제 동맹의 현실적 시험대로 보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노동시장 보호를 우선시할 경우, 해외 기업 투자 확대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의 요구를 수용해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한다면, 양국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이번 문제는 단순히 이민 단속 차원을 넘어, 동맹국 간 신뢰와 전략 산업 공급망 안정성까지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미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향후 수년간의 협력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전망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외국인 전문 인력 비자 확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글로벌 공급망 경쟁을 이유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반대 측은 미국 내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협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태가 향후 비자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 갈등으로 남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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