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등 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시위와 정권 불안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부정부패와 불평등, 비효율적 통치 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정부 교체와 지도자 사임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동요가 아니라, 지역 전체에 걸친 구조적 위기의 징후라고 분석한다.
스리랑카는 2022년 국가 부도 사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으며 경제 안정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에너지 비용 부담, 고용 불안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수도 콜롬보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과 생활고를 규탄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가 여전히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조 개혁이 서민을 더 옥죄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도층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청년층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높은 실업률과 정치적 탄압이다. 특히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정부가 경제 성장률 수치만 강조할 뿐, 청년 실업과 불평등을 방치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도부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네팔 역시 시민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다. 최근 국영 기업 비리 사건과 정치인 연루 스캔들이 공개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다. 수도 카트만두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투명한 통치”와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네팔 정부는 진상 조사와 개혁 의지를 천명했지만, 시민들은 그동안 반복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시위와 정국 혼란은 서로 다른 계기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부패, 불평등, 무능한 통치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후 위기, 지정학적 긴장 등이 겹치면서 지역 국가들의 취약성이 더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항의 운동이 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정권 교체 요구를 넘어, 사회 구조 자체의 변화를 촉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향후 정치 체제가 안정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접 국가인 인도는 국경 안정과 난민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제기구들은 인권 상황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은 구조 개혁과 재정 지원을 연계하면서도, 정치 불안정이 심화될 경우 지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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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열린 시위 모습 출처: Wikimedia Commons |
남아시아의 정치적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국 정부가 실질적 개혁 조치 없이 기존 권력 유지에만 매달린다면, 시민 불만은 더욱 커지고 사회 전반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의 정치 위기를 넘어, 남아시아 전체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변화 요구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향후 지역 정세는 이들 국가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