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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HMM 인수 검토 착수…국내 제조·해운 구조 재편 신호탄 될까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 인수를 놓고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자문단으로 선정해 사업 타당성과 시너지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검토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인수 여부나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HMM 매각 재추진과 포스코의 움직임

HMM은 지난 수년간 정부 산하 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대주주로 참여해왔다. 그간 정부는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해운 업황 악화와 투자자 이해관계 충돌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해운 시장의 회복과 함께 HMM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매각 논의가 다시 부상했다. 특히 HMM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가 9월 12일 종료되면 지분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매각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스코가 움직이는 배경에는 자사 핵심 사업과 맞닿아 있는 이해관계가 있다. 포스코는 철광석, 원료탄 등 대규모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들여와야 하는 철강기업이다. 해운사는 이들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과 직결되며, 자체 선사를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운송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제조·해운 결합의 시너지

철강과 해운은 오래전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대규모 화물을 장거리로 안정적으로 수송해야 하는 철강업 특성상, 선복 확보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한다면 원자재 확보뿐 아니라 철강 제품의 수출 물동량까지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제조 대기업이 해운사를 직접 운영하는 구조는 향후 물류비 변동성 대응에도 유리하다. 최근 몇 년간 팬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상 운임이 급등락하면서 많은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해운 계열사를 보유하면 이러한 외부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다.

넘어야 할 과제들

그러나 인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우선 HMM은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따라서 매각 과정에서 공공성 문제와 국민적 설득이 필요하다. 또한 인수 가격 역시 변수가 될 전망이다. HMM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했지만, 해운업 특성상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성과 변동성이 크다.

노조와의 협의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HMM 노조는 회사의 독립성과 일자리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어, 대기업 인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산업 전반의 지형을 흔들 수 있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한다면, 한국 제조업과 해운업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국내 공급망 안정성 강화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운송망 확보는 국가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같은 대형 제조기업이 해운사를 인수한다면 단순한 기업 간 결합을 넘어 국가 물류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향후 항만, 내륙 운송, 물류센터 운영 등 연관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

결국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선택이다. 안정적인 선복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매각 과정의 정치적·사회적 논란, 경기 변동에 따른 해운업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현재는 “검토 단계”로 확정된 바 없지만, 향후 인수 여부에 따라 국내 제조·해운 산업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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