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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에즈 운하를 대신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는 운송 거리와 비용을 크게 늘리지만, 중동 불안정으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이 선택하는 대체 루트가 되고 있다. 출처: Container News, Kuehne+Nagel |
2025년 9월 현재 국제 해운업계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로 인해 항로 회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중심으로 선박을 공격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포함한 전통적인 항로의 안전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선사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장거리 항로로 선박을 우회시키고 있으며, 이는 운송 기간을 최소 열흘 이상 늘리고 운항 비용을 수백만 달러가량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는 세계 컨테이너 운송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구간이다. 그러나 공격 이후 선박의 통행량은 급격히 줄었고, 일부 분석에서는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능력이 15%가량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연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선사들은 유연한 스케줄 조정을 강요받고 있으며 공급망 전반에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홍해 항만인 에일라트항은 물동량이 90% 가까이 줄어들며 운영 자체가 위기에 몰렸다.
이 같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프로스퍼리티 가디언(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이 홍해 일대를 순찰하며 선박을 호위하고 있고, 유럽연합 또한 ‘아스피데스(Operation Aspides)’라는 방어 작전을 통해 민간 선박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후티 반군과의 휴전 협상에도 불구하고 선사들은 안전을 확신하지 못해 여전히 우회 항로를 선호하고 있다.
항로 불안정은 새로운 대안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육상 물류 회랑은 해상 운송 14일을 4일로 단축시키며 일부 화주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또한 북극 항로, 멕시코의 테우안테펙 회랑, 니카라과 운하 프로젝트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체 경로 역시 기후, 정치, 투자 안정성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인 혼란을 넘어 국제 물류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의 주요 해상 회랑이 불안정해진 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운송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위험 분산을 위한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중동·아프리카 회피 현상은 단순한 항로 우회가 아니라 앞으로 국제 물류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