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세계은행, "지구의 위기, 인류의 위기"

오염·토양 황폐화·물 부족으로 전 인류 90% 위협… 환경 파괴가 곧 경제 위기
기후 변화로 인해 다중 재해에 동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세계 지역을 시각화한 지도 출처: Met Office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염, 토양 황폐화, 수자원 부족이라는 삼중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자연 생태의 훼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위기와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아마존 지역의 산림 파괴가 매년 14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으며, 토지 황폐화에 따른 피해는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의 약 8%를 잠식해 3,790억 달러에 달한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 악화가 선진국뿐 아니라 빈곤국에도 치명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부룬디에서는 약 800만 명, 말라위에서는 약 1,200만 명이 오염, 물 부족, 토지 황폐화라는 세 가지 위협에 동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며, 빈곤층일수록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세계은행은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오염은 경제 성장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라는 오래된 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보조금과 같이 오염을 유발하는 정책적 지원을 재구조화하고, 자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오염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실질적 해결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환경 보호가 경제 성장의 제약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투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고서 발표 시점 역시 주목된다.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COP30 회의를 앞두고, 세계은행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시기에 맞춰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경고를 넘어 국제사회와 정책 결정자들에게 강력한 행동 촉구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세계은행의 이번 경고는 환경 문제를 경제 문제와 동일선상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염과 토양 황폐화, 수자원 부족이 지속된다면 인류의 생존 기반은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환경 보호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각국 정부와 기업의 실질적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