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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
AI·투자·노동·대북·외교를 한 축으로 묶다
2025년 8월의 청와대는 경제, 외교, 안보, 노동 의제를 동시에 굴리는 속도전으로 요약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 둔화와 대외 변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대미(對美) 전략 산업 투자 프레임, 노동 보호 강화, 남북 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 대미·대일·대중 외교 다변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정책 패키지를 가동하고 있다. 개별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긴밀히 맞물린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중심 경제 혁신, 100조 원 펀드 가동
경제 전략의 핵심축은 AI로 명확해졌다. 정부는 8월 22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AI 투자를 최우선 정책으로 설정하고, 2025년 하반기 중 30건 이상의 AI·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자동차, 선박, 가전, 드론, 반도체, 콘텐츠 산업 등 전방위 분야를 포괄하며, 세제 혜택·규제 완화·금융 지원을 결합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목표는 한국을 세계 상위권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고, 잠재성장률을 2%대에서 3%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2026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20% 늘린 35조 3천억 원으로 증액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AI와 첨단 혁신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대미 투자 패키지와 전략 산업 협력
대외 경제 전략은 투자와 관세 조율을 중심으로 짜였다. 8월 26일 서울과 워싱턴은 7월 무역 합의 후속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비구속 협력 패키지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패키지는 반도체, 배터리, AI, 조선, 항공, 제약 등 전략 산업에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투자하는 구조다. 또한 구매 약정과 리스크 완화 장치를 결합해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한국은 지분투자보다는 융자와 보증 중심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같은 날 열린 미·한 정상회담 계기 경제 포럼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이 쏟아졌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362억 달러)와 GE 에어로스페이스와의 137억 달러 규모 엔진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투자 계획을 260억 달러로 확대하며, 한국가스공사는 2028년부터 연 330만 톤 규모의 미국산 LNG 도입을 합의했다. 조선업 분야에서는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이 미 해양·조선 역량 현대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협력이 진행 중이다. 이로써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미국 조선업 재건 참여와 현장 전략
조선업 협력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MASGA)’ 전략과 연결되며 정치·안보 의제와도 맞물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 현장을 방문해 미국 조선 인프라 현대화, 자동화 설비 도입, 숙련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낙후된 조선 설비와 인력 부족, 존스법 같은 제도적 제약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어 협력 구조가 단기 성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미 관세 대응 및 기업 보호 전략
한국 정부는 8월 초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에 대응해 기업 지원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단기 수요 보강과 기술투자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 합의된 무역 협상으로 25% 고율 관세는 피했지만, 여전히 15% 수준의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향후 정상외교와 실무협상에서 관세 완화, 비관세 장벽 해소, 방위비 분담, 통화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노동권 강화, ‘노조법 개정안’ 통과
노동 정책에서도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8월 24일 국회는 하도급 및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손해배상 및 가압류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영계에서는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정부는 이를 노사 신뢰 기반 복원과 장기적 생산성 제고를 위한 필수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법안 시행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남북 군사합의 복원 시도와 안보 전략
대외안보 분야에서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5일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18일에는 “실행 가능한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이행하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합의 복원은 비무장지대(DMZ) 인접 지역의 군사 활동을 제한해 우발 충돌 위험을 낮추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북한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정부는 ‘과도한 긴장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복원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한·미·일 정상외교와 균형 전략
8월 23일부터 24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실용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관계 복원 신호를 보냈다. 이어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서는 안보·통상 패키지가 집중 논의됐다. 회담 직전까지 긴장감이 돌았지만 현장에서는 상호 우호적인 발언이 오가며 분위기가 완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과의 재회 가능성을 제안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정부는 8월 말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해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실무 협력 강화를 모색했으며, 베트남과는 에너지·기술·금융 분야에서 10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교역 다변화에 힘을 실었다.
정책 패키지의 본격 가동
2025년 8월의 이재명 정부는 AI 중심 경제 재도약, 대미 투자 확대, 노동권 강화, 남북 긴장 완화, 다변화된 외교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며 복합적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AI와 R&D 확대는 대미 투자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되고, 노동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은 질적 성장의 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외교적으로는 남북 완화 시도가 미·중·일 간 실용외교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며, 대미 투자·관세 협상은 안보 동맹 현대화 논의와도 긴밀히 맞물린다.
아직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8월을 기점으로 이재명 정부의 ‘정책 패키지’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분기별 경제 지표와 외교 이벤트에서 성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