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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발 컨테이너선이 항만에 정박 중인 모습. 운임 급락과 공급 과잉이라는 시장 변화 속에서 해상 운송 현장이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출처: ASL Asia Ltd |
2025년 8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 컨테이너 운송 스팟 운임이 서부와 동부 해안 모두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부 해안 기준 아시아발 운임은 6월 초 대비 약 58% 하락했으며, 동부 해안 역시 46% 감소한 수준을 기록했다. 해운 분석기관인 Xeneta와 Freightos에 따르면, 서부 해안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40FEU) 운임은 약 6,000달러에서 2,39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고, 동부 해안 운임 역시 4,900달러 안팎으로 낮아졌다.
운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팬데믹 이후 대거 발주한 신조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면서,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과잉 공급 상태에 놓였다. 특히 대형 선사들이 블랭크 세일링(blank sailings, 특정 항차 운항 취소) 전략을 활용하고 있으나, 공급 조절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관세 불확실성 역시 운임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7월 말 미국 정부가 800달러 이하 소형 소포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폐지하고 15% 신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미국 내 수요가 위축돼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었다. 여기에 90일 관세 휴전 협상도 지연되면서 아시아 수출업체와 포워더들의 선적 전략에 혼란을 주고 있다.
선사들은 운임 하락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위험성이 커진 레드시 항로(Red Sea route)를 피하기 위해 일부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써 일부 공급을 흡수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운항 시간이 늘어나면서 운임 하락세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운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Drewry와 Freightos는 “현재의 공급 과잉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운임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미·중 무역 협상 지연, 지정학적 갈등, 해상 운송 경로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아시아발 미국행 운임 급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해운 시장은 공급·수요 불균형, 무역 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첩된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으며, 기업들은 운송 전략 재편과 비용 구조 최적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