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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철강에 칼 빼들다…아연도금강 ‘반덤핑 전쟁’ 돌입”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핫딥 아연도금강(hot-dip galvanised steel)에 대해 본격적인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 철강업계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동시에 한일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8월 13일, 국내 철강업계의 공식 요청에 따라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한국과 중국산 제품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수입되고 있어 일본 내 철강 가격의 하락과 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조사 대상인 핫딥 아연도금강은 철강 표면에 아연을 입혀 부식과 녹을 방지한 제품으로, 건축 자재·자동차·가전제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된다. 내식성이 뛰어나고 가공성이 좋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일본 철강업계는 값싼 수입 제품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조사 절차와 가능 시나리오
일본 정부의 반덤핑 조사는 최대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진행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임시 관세 부과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 덤핑이 확인될 경우, 일본은 수입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가격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무역 파트너 국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일본의 조사 개시 사실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필요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양국 간 통상 마찰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적 파급력
이번 조사 착수는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철강 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 공급망 재편, 환경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철강 제품의 주요 수출국인 한국과 중국이 동시에 조사의 대상이 된 점은 국제 무역 질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최근 자국 철강업 보호를 위해 잇따라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어, 일본의 이번 결정이 비슷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례와 차별점
과거에도 일본은 일부 국가의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자국 산업 보호 여론이 맞물린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크다. 특히 일본은 자국 내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전망
이번 조사의 결과는 한일 양국 철강 무역뿐만 아니라, 양국의 외교·경제 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덤핑이 인정돼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산 아연도금강의 일본 수출은 급격히 감소하고, 그 여파가 한국 철강업계의 생산·고용 구조에도 파급될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의 조치가 WTO 규범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일본이 무역 제재를 철회해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은 철강 산업의 가격 경쟁을 넘어, 무역 규범과 국제 협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연도금강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고효율 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조사의 결과는 단기적인 무역 마찰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재편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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