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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한국, 지도 데이터를 ‘좀비 처리’ 중… 결론은 또 ‘보류’!”

국가 안보와 산업 보호 사이에서 고심하는 정부
구글의 8년 숙원은 여전히 미궁 속으로
2025년 8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이 요청한 한국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또 한 차례 유보했다. 이로써 구글의 요청은 2016년 이후 5번째로 ‘보류’ 처리됐으며, 기술 기업과 국가 안보 간 충돌이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8년째 풀리지 않는 ‘지도’ 갈등
구글은 2016년부터 대한민국 정부에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이전·처리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는 자사의 지도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드론 지도 기술 등에 활용하려는 목적이 크다. 현재 구글은 보안상의 이유로 정밀지도가 반출되지 않는 한국에서 실시간 교통 정보와 상세 길찾기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안보와 공공 안전 때문이다. 국내 지도에는 군사 시설, 발전소, 정부기관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해외로 전송될 경우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 지도 데이터에는 고해상도 위성사진과 더불어, 일반 이용자가 인식하기 어려운 보안 기반 시설 위치까지 포함돼 있어, 국방부를 비롯한 다수 정부기관이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번엔 왜 또 연기됐나?
이번 연기의 배경은 보다 복합적이다. 우선, 8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많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사안이 양국 간 무역·산업 협상의 일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측은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해, 정부 입장에선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양한 부처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회의는 8월 중순 또는 말쯤 다시 열릴 예정이며, 그 전까지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글로벌 역차별 우려”
반면 산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들은 동일한 글로벌 플랫폼 운영에 있어 한국만 ‘예외 지역’으로 지정돼 서비스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규제는 AI, 자율주행, 위치기반 서비스와 같은 미래 기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 신뢰 확보 없는 개방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결론은 '정치와 기술의 교차점'
구글 지도 반출 문제는 단순한 기업 요청이나 기술적 이슈를 넘어서, 정치, 외교, 안보, 경제가 얽힌 복잡한 난제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주권’과 ‘정보 안보’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신중한 접근을 이어왔고, 이번 결정 유보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한편, 이번 사안은 향후 ‘디지털 통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물론,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데이터 국경’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이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8년째 풀리지 않는 이 퍼즐. 과연 정부는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까. 구글은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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