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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공룡들의 전략 수정… DSV는 ‘멈추고’, DHL은 ‘줄이면서도 번다’

세계 물류 양대 기업, 교역 불확실성 속 엇갈린 전략… 비용 통제와 신중 투자로 전환점 맞아
미국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DSV 물류센터 외관. 최근 DSV는 미국-멕시코 국경 확장을 잠정 중단했지만, 주요 거점 지역에는 여전히 대규모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 Ware Malcomb / DSV Group 공식 보도 자료)
2025년 글로벌 물류업계는 정체된 세계 교역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2위 물류기업 DSV와 글로벌 택배 기업인 DHL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투자는 줄이고 내실을 다진다”는 전략이 핵심 기조로 자리 잡고 있다.

DSV, 멕시코 국경 확장 ‘잠시 멈춤’
덴마크에 본사를 둔 DSV는 최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추진 중이던 사업 확장 계획을 전면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 긴장, 미국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 멕시코 지역 내 수요 둔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DSV는 미·멕시코 간 트럭 운송을 중심으로 물류망을 확대하려던 전략을 일단 중단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과 수요 회복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투자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텍사스 라레도 지역에서는 여전히 8,900만 달러 규모의 신물류 허브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DSV가 기존의 포워딩, 통관, 창고 기능을 통합하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확장 중단은 단기적 대응 조치일 뿐, 장기적인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구축 의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DHL,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은 예상을 웃돌아
반면 DHL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에서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며 구조조정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2025년 2분기 기준, DHL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198억 3,000만 유로였지만, 영업이익(EBIT)은 14억 3,000만 유로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정책과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한 운영 효율화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DHL은 올해 초부터 ‘Fit for Growth’라는 명칭의 그룹 차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사업 구조 단순화, 공유 서비스 확대, AI 기반 자동화, 전사 통합 관리 시스템 정비 등이다. 2027년까지 누적 10억 유로 이상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상반기에 일부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독일 내 우편·택배 부문에서는 요금 인상과 선거 우편 수요 증가, 소포 물량 확대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6% 증가하며 DHL 그룹 전체 수익 안정에 기여했다. 다만, 글로벌 포워딩과 트럭 운송 부문은 교역 둔화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하락하는 등 이중적인 구조가 여전히 존재한다.

‘비용의 시대’, 전략의 전환점
두 기업의 전략은 물류 산업이 단순한 물동량 경쟁을 넘어, 정교한 손익관리와 유연한 전략 수립 능력이 생존의 핵심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자동화, 디지털 통합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유지하면서도, 외부 확장이나 고정비 확대는 철저히 억제하는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제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위기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멈출 땐 멈추고, 줄일 땐 줄이며,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전략이 글로벌 물류 리더들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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