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경기가 6개월 연속으로 수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수출 둔화, 그리고 미국의 관세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S&P 글로벌(S&P Global)은 1일, 2025년 7월 기준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6월) 수치인 49.1보다 낮아진 수치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PMI는 기업의 생산·고용·신규 주문·재고 등 항목에 대한 설문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수치화한 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수축 국면으로 해석된다.
수요 위축이 핵심 원인…“내수·수출 동시에 부진”
이번 PMI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신규 주문 감소와 생산 둔화가 지목됐다. 특히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주문이 줄어들며, 전방산업 전반에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고객사들의 발주가 연초 대비 뚜렷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재고 과잉 해소를 위한 생산 감축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금천구에서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전기차 관련 부품 수요가 꾸준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대기업 주문도 줄고 있다”며 “기계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글로벌 업황에 민감한 품목에서 신규 계약 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업계 분석도 뒤따른다.
“관세 변수”도 악재…미국發 불확실성 확대
업계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수입 관세 정책 강화도 제조업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부터 한국산 일부 수입품에 대해 최대 15~41%의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미국 내 수요 위축 가능성과 생산지 이전 여부 등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수도권에서 전자 모듈을 수출하는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관세 이슈는 단순한 수익성 저하가 아니라 거래 지속 여부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며 “신규 거래처를 찾거나 베트남, 인도 등의 생산기지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장 밀착형 지원” 강조…실효성엔 의문도
정부는 이러한 지표 악화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상 운전자금 확대, 세제 유예 등 탄력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 유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물론, 수출 다변화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 지원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양경제연구소 김도훈 연구위원은 “이미 고착화된 고비용-저수익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ESG 대응,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며 “제조업 전체의 체질 개선 없이는 회복 탄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경기 반등 ‘불투명’…“버틸 체력 확보가 관건”
현장의 목소리도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생존과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10곳 중 6곳이 “하반기에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제조업의 지속적인 수축은 단지 해당 업종에 그치지 않고, 고용·수출·투자 등 한국 경제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정부와 산업계가 단기 처방과 더불어 중장기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