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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소아 모야모야병 조기진단 위한 혈액 바이오마커 발견

비침습적 진단 가능성 제시… 희귀 뇌혈관질환 조기 치료에 새 전기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연구 활동 중인 모습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신경외과 연구팀이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액 내에서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 반응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신규 마이크로RNA(miRNA)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영상 진단에 의존해 온 희귀 뇌혈관질환의 진단 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비침습적 진단 기술의 단초로 평가된다.

연구는 서울대병원 김승기 교수(소아신경외과)를 중심으로 한 뇌혈관질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소아 환자에게서 채취한 말초혈액 샘플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miR-512-3p’라는 특정 마이크로RNA가 모야모야병의 병기 및 임상 경과와 밀접한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희귀난치성 질환 ‘모야모야병’… 조기진단 어려운 현실
모야모야병은 뇌를 공급하는 주요 동맥이 점차 협착되거나 폐쇄되면서, 뇌 안쪽에서 가느다란 보조혈관들이 망처럼 형성되는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뇌혈류 감소로 인해 뇌경색, 일과성 허혈발작, 두통,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어린이 환자에게서 인지 및 운동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 MRA, 뇌혈관조영술 등 고비용 영상장비에 의존해왔으며, 이로 인해 조기 발견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소아의 경우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진조차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았다.

혈액 내 마이크로RNA 활용한 혁신적 진단 시도
김승기 교수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miRNA가 질병 진행에 따라 뚜렷한 발현 양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다수의 모야모야병 환자와 건강 대조군의 혈액 샘플을 비교 분석한 결과, miR-512-3p가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해 있음을 확인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단순 진단 지표를 넘어, 치료 반응 평가나 예후 예측 지표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miR-512-3p는 말초혈액만으로도 측정 가능해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반복적인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며 “앞으로는 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선별검사 키트 개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적 의의와 향후 기대 효과
이번 연구가 갖는 가장 큰 의의는 기존 영상의학 중심 진단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정량적이고 표준화된 분자 진단 도구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특히 조기 진단과 치료 타이밍이 결정적인 희귀 뇌질환에 있어, 비침습적 방식으로 진행경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해당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후속 대규모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소아뿐 아니라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진단 도구로의 사업화 가능성도 의료기기 스타트업 및 제약기업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질환 조기진단의 전환점 될까
현재 국내 등록된 모야모야병 환자는 약 1만 2천 명 수준이며, 이 중 40% 이상이 18세 미만 소아 환자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조차 부족할 정도로 진단 사각지대가 넓은 현실에서, 이번 연구는 질병 존재 여부를 피검자 혈액에서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희귀질환 진단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희귀 신경질환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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