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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항로를 잡는다”… 자율운항 선박 도입과 부산항 스마트 혁신, 해운 물류의 판을 바꾸다

AI 선박과 메타버스 항만 시스템, 해운물류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상
현대글로비스의 자율운항 선박 ‘GLOVIS SUNRISE’호가 차량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AI 기반 항로 최적화 시스템이 탑재된 세계 최대급 PCTC 선박으로, 2026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출처: 현대글로비스 공식 보도자료 / glovisusa.com
2025년, 해운업계는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선 자율운항 선박(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과 인공지능 기반의 항만 운영 시스템이 실제 도입 국면에 접어들면서, 물류의 개념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회사 아비커스(Avikus)와 손잡고 총 7척의 자동차 운반선(PCTC)에 AI 기반 자율운항 시스템인 HiNAS 2.0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받는 선박은 ‘Sunrise’라는 이름의 대형 PCTC로, 최대 7,000대의 차량을 탑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선박이 될 예정이다. 길이만 약 229.9m에 달하는 이 선박은 2026년 상반기 상용 운항을 목표로 현재 레트로핏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탑재되는 HiNAS 2.0 시스템은 자율 항해 보조 시스템으로, 인공지능이 선박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항로를 제안한다. 충돌 회피, 연료 효율 개선, 항만 접안 예측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이 시스템은 이미 시범 운항을 통해 최대 3.9%의 연료 절감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MASS Level 3~4, 즉 완전 자율운항 시스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운사들의 선박 기술 고도화가 진행되는 한편, 항만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산항이다. 부산항에서는 'Port Logistics Metaverse Framework(PLMF)'라는 메타버스 기반의 AI 항만 운영 시스템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항만 운영의 전반적인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PLMF는 도착 예상 시간(ETA) 예측, 야드 크레인 장비 배치 자동화, 탄소 배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위험 탐지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AI 알고리즘이 날씨, 선박 경로, 항만 혼잡도를 종합 분석해 최적의 운영을 제안하며, 실제로 도입 이후 연간 약 730만 달러의 부가 수익을 창출했다. 특히 선박의 정시 입항률이 약 79% 향상되면서 물동량 처리 효율성과 항만 체류 시간 단축 효과까지 가져왔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해운 물류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기존의 인력 중심, 경험 기반 운항에서 데이터 기반의 예측 운항과 원격 제어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료 절감, 탄소 배출 저감, 안전성 강화 등 ESG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부산항에서 실험 중인 AI 기반 항만 운영은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글로벌 주요 항만에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향후 국제 물류 거점 간 기술 경쟁 구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2025년은 단순한 자동화나 효율 개선이 아닌, 해운과 항만 운영 전체가 AI 중심으로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는 물론 정책 당국도 기술 변화에 따른 제도 정비와 국제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 물류의 미래는 이미 출항했고, 그 키는 이제 인공지능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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