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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계약 CEO 확산… 경영도 ‘긱 이코노미’ 시대 진입

단기 임기로 채용되는 ‘프로 CEO’들, 변화에 민첩한 기업 전략의 신호탄
과거에는 수년간 한 기업을 이끌며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이상적인 경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기 프로젝트성 계약으로 기업을 이끄는 ‘긱 CEO’들이 늘고 있다. 이는 1인 프리랜서 노동의 개념이 전문 경영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변화 대응’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 기업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장기 전략보다는 위기 대응과 전환 능력을 갖춘 임시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구조조정,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특정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단기 계약형 CEO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프로젝트형 CEO’ 개념으로, 기존 CEO들이 장기적인 비전 설정과 조직 안정화에 집중한 반면, 이들은 성과 기반의 제한된 과제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계약 기간은 평균 6개월~2년으로 짧으며, 상황에 따라 연장되거나 프로젝트 종료 후 새로운 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고위 경영자 시장의 ‘긱화’
한 글로벌 인사 컨설팅사의 2025년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대기업 500곳 중 18%가 “최근 3년 내 단기계약 CEO를 채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구조조정, ESG 대응 등 특정 테마 기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고용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CEO들은 조직의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 전문가 영입의 형태로 채용되며, 스타트업에서 벤처캐피털 투자 이후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단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무 경험과 업계 내 네트워크, 전략 실행력 등이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된다.

신뢰와 투명성의 중요성도 커져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단점도 존재한다. 단기 성과 압박이 심해지면서 조직문화와 장기 지속가능성 간의 균형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으며, 임직원 간 신뢰 구축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주주들과의 관계 형성이 단절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단기 CEO 체제’의 성과 평가 기준과 내부 이해관계자 설득을 위한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기업 경영의 미래는?
‘긱 이코노미’는 이제 단순한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자 수준에서도 전문성과 유연성을 갖춘 인재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시대다. 기업들은 고정 인사 구조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리더십’을 임시로 기용하는 유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 산업분석 전문가는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경기 침체기 이후 기업들이 기민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생존 전략으로서 등장했다”며 “조직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이중 전략이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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