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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글로벌 물류의 새 지평 열릴까

기후변화·지정학 요인 맞물려 항로 단축 기대… 한국의 전략적 대응 필요
북극항로 개요도. 기존 항로 대비 운송 거리 및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출처: Arctic Portal
북극해의 해빙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해상 물류 루트인 ‘북극항로(Arctic Route)’가 다시금 세계 물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보다 약 30% 이상 거리를 줄일 수 있어, 향후 국제 무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충지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 북부의 무르만스크와 코로나 해협을 포함한 '북동항로(NSR: Northern Sea Route)'는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약 7,600해리로, 기존 항로 대비 3,000해리 이상 단축된다.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이 15일 이상 줄어드는 경우도 있으며, 연료비 절감 효과도 크다.

물류 효율성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변수도 이 노선의 부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 수에즈 운하의 혼잡, 남중국해 갈등 등 기존 루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북극항로는 ‘리스크 분산형 경로’로서 전략적 의미를 띠게 됐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연중 내내 항해가 가능한 구간이 아직 제한적이며, 극지 기후 특성상 항로 이용 가능 기간이 연간 약 2~3개월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쇄빙 기술, 선박 안전성 확보, 보험 체계 등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은 이러한 북극항로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항만 전진기지 구축과 극지 전용 선박 개발 등을 검토 중이다. 부산·영일만·울산 등은 향후 북극항로 물류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 해운, 항만 산업이 연계되어 기술·정책·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 이상의 의미도 갖는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해빙이 만들어낸 항로인 만큼,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양 생태계 보호, 원주민 권리 보장, 국제 규범 마련 등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다.

결국 북극항로는 단기적인 물류 이익을 넘어, 장기적 전략과 책임 있는 글로벌 협력이 필요한 ‘기회의 항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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