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의 자산을 관리해온 이른바 ‘집사’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치권과 재계에 깊게 뿌리내린 특혜 구조에 대한 특검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검은 최근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복수의 주요 기업인들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보냈으며, 이에 따라 수사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위나 금전 거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경영진과 자산 관리 전문가, 정치권 인물 간의 다층적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특검은 특히, 자산 운용 및 세무 조력자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 기업 내부정보와 정치적 영향력까지 관리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자산가 보호인가, 권력형 게이트인가”
‘집사 게이트’란 명칭은 카카오 고위 인사의 수십억 원대 자산을 관리해온 개인 자산 관리자(이하 ‘집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붙여진 별칭이다. 단순히 세무·법률 자문을 넘어서, 이들은 투자처 연결, 법인 설립, 외부 펀드 유치 및 지분 이전에까지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재계 인사들이 동일 인물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거나, 정치권과의 비공식적 접촉 경로로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이를 ‘우회 로비스트 구조’로 보고 있으며,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범수, 수사 선상에…“소환 불응 땐 강제조치 검토”
특검팀은 김범수 전 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 5~6명에게 출석요구서를 공식 발송했으며, 이는 향후 수사의 방향과 수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창업자로, 현재는 이사회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사실상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자로 분류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김 전 의장은 이미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이며, 관련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특검은 그가 ‘집사’와 지속적인 자산거래 및 사업 자문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 관계자는 “현재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입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시사했다. 특검은 출석 여부에 따라 강제수사 전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플랫폼 권력 구조에 대한 첫 번째 본격 조사
이 사건은 단순한 ‘로비 게이트’ 차원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자산 관리 방식과 권력 작동 구조를 정면에서 다루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IT기업이 기존 재벌과는 다른 방식으로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전 의장을 둘러싼 기술 창업자 이미지와 ‘국민 플랫폼’ 기업 상징성이 이번 수사로 훼손될 경우, 카카오 내부의 지배구조 문제까지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예외 아냐”…전방위 조사 확대
특검은 자산 관리인의 활동이 정치자금이나 공직자 이권 개입과 연결된 정황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여야 정치권 인사 일부에 대한 서면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실제로 일부 정치인은 관련 인물로부터 자문 명목의 금전 지원을 받은 기록이 존재한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사건의 성격상, 단순한 ‘기업 비위’가 아니라 재계-정계-자산관리 삼각축이 얽힌 구조로 규정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국회 청문회나 정치적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수사 일정 및 전망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는 디지털 장부, 자산 이전 기록, 공동 투자 약정서 등 300여 건에 달하며, 특검은 1차 소환조사 이후 압수수색 범위와 피의자 전환 대상을 추가로 결정할 방침이다.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건은 단발성 수사에 그치지 않고 재계 전반에 걸친 관행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런 방식의 자산 운용이 일반화돼 있다면, 더 많은 기업인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